출산율 올리는게 가장 확실한 기금운용 전략
핀란드 정부가 산모에게 제공하는 선물상자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핀란드 정부가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에게 제공한다는 유아용품 선물상자를 봤다. 상자 속에는 기저귀와 아기옷, 침구류, 목욕용품, 장난감, 그림책 등이 들어있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외투와 두건, 장갑 등 아기가 외출에 필요한 방한용품은 물론 손톱가위와 목욕용 온도계, 치아가 날 무렵에 필요한 치발기까지 있단다. 더 놀라운 건 상자 자체다. 아기용 매트리스가 있어 상자를 그대로 아기침대로 사용할 수 있다. 핀란드의 아기상자가 출산율을 높이고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핵심에는 수익률이 있다.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거다. 그러나 기금 고갈의 문제를 기금본부 내에서만 해결하려는 건 지극히 단시안적인 생각이다. 전세계 최저 수준(1.21명)의 출산율로는 어떤 방도를 짜내도 기금은 고갈된다. 뿌리가 썩었는데 나뭇잎이 푸를 수 있을까. 정부와 시장이 국민연금 수익률에 이토록 열을 올리면서도 그동안 왜 육아복지와 출산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는지 궁금하다. 출산율을 올리는 게 가장 확실한 기금 운용 전략인데 말이다. 기금본부 차원에서 복지투자를 활성화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위 국민연금 리스트(NPS list)를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투자 기업의 복지정도를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출산율이 높은 곳에 가점을 준다는 얘기다. 미국 캘퍼스 리스트가 수익률에 방점을 찍었다면 NPS 리스트는 육아ㆍ복지에 방점을 찍는 식이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확산탄 제조사나 전범기업 투자도 재고해야 할 터다. 올해 2월말 기준 국민연금 482조원 자산 중 복지부문 투자는 1000억원 가량으로 비중이 0.02%에 그치고 있다. 국민연금은 30년 후 2600조원에 육박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44%를 웃돌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복지투자 향방에 따라 기금의 미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끝>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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