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 공무원들 초대권 받고 불법홍보물 묵인 의혹

최근 강남구 삼성동 일대 대로변에 19禁 성인쇼 '크레이지 호스 파리' 홍보물 불법 게시...업체 관계자 '초대권 뿌렸다'고 했다가 말바꿔...'초대권 받고 대로변 장기간 게시, 명칭사용 허가 등 묵인 의혹'

강남구 삼성동 일대에 내걸린 '크레이지 호스' 홍보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서울 강남구청 공무원들이 고가의 초대권을 받고 '청소년 관람 불가' 성인쇼의 홍보물을 거리에 불법 게시토록 묵인해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13일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최근 봉은사, 코엑스 등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로변에 10여일간 청소년 관람 불가 성인쇼인 '크레이지 호스 파리'(Carzy horse Paris) 홍보 현수막이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내걸렸다. 이 쇼는 195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후 '파리 3대 쇼' 중 하나로 유명하다. 심의 끝에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아 허가된 국내 상설 공연을 앞두고 논란이 많았다. 일각에선 "야하거나 음란하지 않고 마치 화려한 패션쇼를 보는 듯 하다"며 호평하기도 한다. 다른 편에선 "여성의 몸을 이용해 상업적인 의도로 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공연"이라고 지적한다.문제는 이 같은 성인쇼 홍보물이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강남의 대로변에 공공연히 장기간 내걸렸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강남구청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최고 20만원대에 이르는 이 성인쇼의 초대권을 수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해당 공연의 홍보물을 내건 업체 사장 A씨는 아시아경제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홍보물 게시는 불법이 맞지만, 초대권도 돌리고 공무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나 다시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말을 번복했다. "저소득층에게 초대권을 증정하겠다고 한 것이며 공무원들에게 초대권을 뿌린 적은 없다"는 것이다.하지만 이 업체가 관련 공무원들에게 불법 홍보물 단속 무마를 위해 초대권을 뿌린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홍보물이 지난달 말부터 10여일 넘게 강남구를 관통하는 대로변에 버젓이 내걸렸지만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구역은 강남구청이 국기 게양 등 외에 일반적인 상업용 홍보물 게시를 거의 허용하지 않는 곳이다. 한 광고물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단속에 나서는 강남구청이 공식 국가 행사나 종교 행사 때나 허용하는 곳에 걸린 불법 홍보물을 10여일 방치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관계 공무원의 묵인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크레이지 호스 파리 인 서울'

게다가 강남구청은 이 업체의 홍보물에 명칭 사용을 허가해 준 사실도 드러났다. 이 홍보물엔 강남구청의 로고와 '강남구'라는 이름이 들어 있다. '저소득층 위기 가정 지원을 위한 강남복지재단 기부함 설치'라는 문구도 포함돼 있다. 자칫 강남구청이 해당 공연을 후원ㆍ홍보하고 있는 것처럼 여길 수도 있는 여지를 준다. 이에 대해 구청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3~4주 전쯤 공연 홍보 담당자가 찾아와서 기부금 모금함을 설치하겠으니 홍보물에 이름을 넣겠다고 해서 허가해 준 적이 있다"면서 "이름과 로고가 불법홍보물에 사용될 줄은 몰랐다. 우리도 경위를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공무원들은 초대장 수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강남구청의 한 팀장은 "초대권을 받으면 뇌물"이라며 "타 팀이라면 몰라도 우리 팀은 그런 초대권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부서 관계자도 "저소득층에게 초대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적은 있지만 우리 쪽에 초대권을 준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한편 논란이 일자 강남구는 지난 11일 오후 해당 불법홍보물을 일제히 철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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