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정현진 기자] 안전한 수학여행을 위해 119 구급대원 동행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소방관들의 업무부담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서울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안전한 수학여행을 위해 119 구급대원 수학여행 동행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소방관이 수학여행을 따라다니며 사전 안전여부를 확인하고 응급상황 발생 때에는 구호요원으로서 활동하도록 한 것이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서울소재 초등학교·특수학교 30개교에서 신청했다.호응은 있었다. 시가 교직원·학생·학부모 16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안전관리 실효성에 92.5%, 프로그램 유지에 90.6%가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시는 올해에도 27개교에서 진행되는 35회의 수학여행에 119 구급대원 2명씩을 동행시키기로 했다.하지만 문제는 소방관들의 업무부담이다. 가뜩이나 고된 업무와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일선 소방관들은 수학여행까지 차출되면서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 한 소방서 소속 소방관은 "취지는 좋지만 주기적으로 (업무에서) 빠지는 인력이 발생하면 나머지 인력의 업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같은 지적이 이어지며 시와 시교육청은 한 때 퇴직소방관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시가 조사한 결과 다수의 퇴직소방관들이 재취업에 성공해 연 1~2회 수준의 동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렵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참여를 고사했다.시 관계자는 "재취업 한 퇴직소방관들을 학교 보안관으로 우선채용 하기도 어렵고 적지 않은 이들이 재취업을 한 상태여서 동행 프로그램에 동참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직 소방관이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약 30개교에서 동행 프로그램을 요청할 경우 각 소방서에서 1~2명 정도만 차출하면 돼 큰 인력부담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특히 최근 국민안전처가 이같은 동행프로그램을 전국에 전파하겠다고 나선 것은 소방당국으로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전국 학교에서 신청이 쇄도할 경우 자연스레 인력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어서다. 게다가 소방관들의 재난대응업무와 수학여행 관리업무의 차이 탓에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동행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287건의 안전조치 중에서는 응급조치가 123건(42%)으로 가장 많았지만, 약품제공(81건·28%)ㆍ약국처방(5건·1%) 등 소방관의 업무로 보기 힘든 영역도 적지 않았다.현직 소방장인 고진영 소방발전협의회장은 "취지는 좋지만 재난현장에 대응하는 것과 수학여행에 동행해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며 "총체적인 생활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수학여행에서는 전기·건물안전에 대한 전문지식까지 갖춰야 하는데 이는 소방관의 고유업무와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소방관이 동행하면 안전하지 않겠냐고 하는 막연한 생각까지 있는데 실효성을 감안해 프로그램 확대도입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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