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기자
공공관리제에 따른 업체선정 시기 변경.
시가 시행하고 있는 공공관리제의 핵심은 구청장이 공공관리자로 참여해 업체 선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공사 선정을 사업 시행인가 이후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공공관리제 도입 전에는 사업 시행인가 이전에 정비업체와 설계자, 시공사를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합과 업체 간의 비리가 만연했고 잦은 설계 변경으로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도 빈번했다.이와 함께 시는 정비 사업의 모든 절차의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 '클린업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670개 전 구역이 참여해 계약서, 자금사용 내역 등 25만건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또 사업 시행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에 따른 조합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30억원 한도로 운영자금과 설계비 등 용역비, 세입자 보상비, 주민 이주비 등을 빌려주고 있다.시는 공공관리제 강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사업장 융자 한도가 부족한 것으로 보고 융자 위탁기관인 대한주택보증과 한도를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신용과 담보 융자금리를 각각 3.5%와 2.0%로 1%포인트씩 낮췄다.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최근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는 재건축 사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재정비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단점도 만만찮다는 것이다.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사업의 투명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재건축은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속도가 더 중요하다"며 "투명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공공관리제 대상인 사업들의 추진이 상대적으로 늦고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한동진 바른재건축재개발전국연합 기획실장도 "공공관리제는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관에서 개입하면서 사업 추진 절차가 복잡해졌고 해당업체들의 진입장벽만 높아졌다"며 "정비 사업에서 얻은 이익을 서울시에 환원하는 것도 아닌데 왜 세금을 조합에 빌려주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하지만 이에 대해 임인구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재생협력과장은 "각종 비리나 부조리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주민에게 돌아갈 이익이 조합임원, 업체 등에 돌아가고, 사업이 중단될 경우에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전가된다"며 "공공관리제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면 될 일인데 그걸 빌미로 공공관리제 자체를 부정한다면 결국 예전의 비리구조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맞받았다.서울시는 공공관리제 시행으로 주민 간 갈등이 줄어들고, 설계 내역 확정에 따라 공사비 7.9%를 절감하는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