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구채은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하향 조정하면서도 경기를 회복단계로 진단한 것은 올 상반기 잠재성장률이 기대에 부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소비 부진에 일시적으로 성장률이 낮았지만 올 상반기는 0.9%를 보이며 잠재성장률 수준의 완만한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세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진단이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발표한 작년 GDP 개정의 기저효과와 올해 1분기 실적치 감소 등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 했다"며 예측치를 낮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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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4월 발표 때 4.2%였지만 이후 4.0%(작년 7월)→3.9%(작년 10월)→3.4%(올해 1월) 등으로 매번 낮아졌다.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부동산 부문의 투자심리 회복 기미가 나타나고 정부가 정책 총동원령을 통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표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수출과 물가 지수가 나쁘다. 우리 경제를 나홀로 끌어온 수출의 경우 3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달 우리 전체 수출은 469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했다. 한은도 이같은 실적을 반영해 올해 연간 수출 전망치를 5620억 달러로 1월 전망 때의 5910억달러보다 290억 달러 줄였다. 국제유가 하락 등을 반영해 올해 수입 전망치는 5340억 달러에서 4920억 달러로 줄었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는 98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도 940억 달러에서 960억달러로 올렸다. 그러나 이는 불황형 흑자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라 마냥 반길 수 만은 없다. 실제 3월 소비자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 초 담뱃값을 2000원 올린 데 따른 물가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2월에 이어 또 다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셈이다.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0.9%로 대폭 끌어내린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한은의 0%대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IMF 외환위기 시절이었던 1999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1999년 10월에 1999년 전망치를 0.8%로 내놨다. 현재 물가가 IMF 시절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하지만 한은은 이같은 점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회복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실질 구매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자산 증대 등의 방식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판단 근거 중 하나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해 3.3% 성장 중 재고 기여도가 0.5%였지만 올해는 재고 효과가 작년보다 작을 것"이라며 "단순한 숫자보다는 내용상으로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잠재성장률에 가까운 성장 속도로 모멘텀이 약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다만 한은은 올해 정부의 재정지출이 지난해와 같이 큰 폭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등 부진하면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추가경정예산 집행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게 돼 있고 재정건전성도 무시할 수 없어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경기 회복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선 재정이 어느 정도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면서 확정적 재정정책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선명히 했다. 사상 최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부양의 밑바탕을 깔았으니 이제는 정부가 추경 등을 통해 경기회복에 나서라며 공을 넘긴 셈이다.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3.1% 성장률을 가정하면 1분기는 성장률 전분기 대비로 보수적으로 보면 0.6~0.7% 정도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분기부터는 전분기보다 1%대 성장률이 나와야 한다"며 "금리를 낮춘다고 드라마틱하게 경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닌 상황이라 종합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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