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들의 결혼과 출산 '달라진 인생'

박인비는 남편과 동행하며 '맹활약', 서희경과 최혜정은 '엄마 골퍼의 힘으로'

박인비(오른쪽)의 남편 남기협씨는 아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투어를 돕고 있다.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바람이 강했던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 3라운드. '골프여제' 박인비(27ㆍKB금융그룹)의 샷이 흔들렸다.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 미션힐스 블랙스톤코스(파73)는 특히 바람의 방향이 시시각각 변해 계산이 쉽지 않았다. 3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켰지만 이날은 몇 차례 실수가 더해졌다. "화가 났다"고 했다. 분위기를 바꾼 건 남편 남기협(34)씨다. 로프 밖에서 재미있는 표정을 짓자 박인비의 얼굴에 금세 웃음이 번졌다. 결혼과 함께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달라졌다. "예전에 부모님이 따라다닐 때는 샷이 안 좋으면 얼굴에 걱정이 한가득"이라는 박인비는 "지금은 경기가 안 풀릴 때도 남편이 웃으면 어쩔 수 없이 따라서 웃게 된다"며 "남편은 감정을 회복할 수 있는 동력"이라고 소개했다. 우선순위도 바뀌었다. "골프보다 남편이 먼저"라며 "골프에 대한 의견이 달라도 티격태격하는 정도에서 끝나 싸울 일이 없다"는 자랑을 곁들였다.박인비는 사실 스윙코치를 맡았던 남기협씨와의 동행으로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났고, 세계랭킹 1위를 호령할 정도로 활약이 눈부셨다. 지난해 10월 남자친구는 남편이 됐고 더욱 안정된 경기력을 과시해 투어에서는 동료들의 부러움이 쏟아질 정도다. 유소연은 "인비 언니가 남편과 투어를 함께 다니는 모습이 너무 부럽다"며 "나도 서른 전에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여자선수들은 사실 결혼과 함께 변하는 것들이 많다. 박인비는 2세에 대해 묻자 "2016년 올림픽 뒤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대부분은 출산과 함께 찾아오는 변화들이다. 당연히 어려움이 더 많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파운더스컵에서 복귀전을 치른 서희경(29ㆍ하이트진로)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출산한 뒤 16kg 감량 등 구슬땀을 흘리며 귀환했지만 아이가 아직 어려 미국으로 데려갈 수가 없다. 당분간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안시현(31)과 홍진주(30), 최혜정(31) 등이 출산 이후 투어를 누비고 있다. 리조트형 골프장에서 대회가 열리면 자녀와 함께 머물며 경기를 치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LPGA투어에서는 쉰을 훌쩍 넘긴 줄리 잉스터(미국)와 카트리나 매튜(스코틀랜드)가 두 딸을 두고 있다. 매튜가 바로 출산한 지 불과 11주 만인 2009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해 화제가 됐던 선수다. 'LPGA투어 1세대' 김미현(38)과 한희원(37), 장정(35) 등은 반면 결혼과 출산 이후 필드를 떠났다. 유도선수 출신 이원희(34)씨와 결혼한 김미현은 2012년 은퇴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발목 부상이었다. 그해 1월 수술을 했지만 고별전에서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가까스로 경기를 마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지금은 자신이 운영하는 연습장에서 아카데미를 열고, 방송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한희원과 장정은 지난해 8월 포틀랜드클래식을 끝으로 나란히 LPGA투어 무대에서 내려왔다. 한희원은 2003년 프로야구 선수 출신 손혁(42)씨와 결혼해 아들을 낳고도 열정적으로 투어에 임하면서 '엄마골퍼'로 2006년 코닝클래식에서 우승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2005년 브리티시오픈 챔프 장정은 2011년 프로골퍼 출신인 이준식(36)씨와 결혼해 딸을 하나 뒀다. 두 선수 모두 "이제 엄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박지은(36)은 아이 때문은 아니지만 역시 결혼과 함께 은퇴를 결정했다. 아마추어 55승의 전설적인 기록으로 프로에 데뷔했고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 등 통산 6승을 기록했다. 심각한 허리 부상으로 여러 차례 재활 훈련을 했지만 투어를 접을 수밖에 없었고, 12년 사귄 초등학교 선배와 2012년 결혼하면서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해 '내 인생 최고의 경기는 지금부터'라는 책을 발간했고, 지난달 첫 아이를 출산해 '달라진 인생'을 살고 있다.

서희경은 아들 도현 군을 출산한 뒤 지난달 투어에 복귀했다. 사진=JTBC골프매거진 제공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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