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 한복판 '美대사 테러'의 충격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가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 참석 도중 50대 남성의 공격을 받아 얼굴 등을 크게 다쳤다. 국내에서 주한 외교사절에게 이같이 큰 부상을 입힐 정도의 테러를 가한 것도 사상 처음이지만 특히 한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국이랄 수 있는 미국의 정부를 대표하는 인사가 습격받은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리퍼트 대사가 피를 흘린 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모습을 방송으로 지켜본 국민들은 한동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병원의 발표로는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많은 한국민들은 우리 국민과 특히 활발한 소통 활동을 벌여 온 리퍼트 대사가 빨리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정확한 테러 동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공격은 단순폭행이 아닌 테러의 수준이다. 범행 동기와 경위를 철저히 밝혀야 함은 물론이다. 일단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조직적인 테러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장에서 잡힌 범인은 30년간 통일운동 및 독도지킴이 활동을 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그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5년 전에도 일본 대사에게 돌을 던져 구속된 범인의 전력이나 범행 전후의 행태 등을 종합할 때 극단적 성향을 가진 자가 벌인 개인적인 차원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유인물을 뿌리는 등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로 범행 동기 및 배후 여부를 명확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범행 동기나 배경이야 어찌 됐든 인명을 해치는 테러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폭력을 통해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은 반인륜적일뿐더러 효과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건이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줘서도 안 될 것이다. 리퍼트 대사가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나 극단적 사고를 가진 개인의 범행에 흔들릴 만큼 한미관계가 허약하지는 않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사태 대응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교사절 등 요인들의 신변안전보호에 허점이 없는지도 엄정하게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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