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장사 최영원 '집에선 힘 못 쓰죠'

설날씨름대회서 우승…아버지는 전 감독, 형도 선수 출신

최영원[사진=대한씨름협회]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백화산의 정기 덕이죠."  예부터 태안군을 보호한 산은 동학농민군의 한이 서려 있다. 국보 제307호인 마애삼존불상(磨崖三尊佛像)이 모셔진 영산(靈山)이기도 하다. 그 기운을 매일 들이마신 최영원(24ㆍ태안군청ㆍ사진)은 21일 끝난 IBK기업은행 2015 설날장사씨름대회에서 꽃가마를 탔다.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태백급(80㎏ 이하) 결승에서 지난해 2관왕을 차지한 이재안(29ㆍ양평군청)을 3-2로 이겼다."경산체육관만 오면 경기가 꼬였는데 이제야 징크스를 깼어요." 그래서 다시 백화산을 오른다. 우승의 기쁨을 잊고 오는 3월17일 안동에서 열리는 회장기 전국장사씨름대회를 준비한다. 곽현동 태안군청 씨름단 감독(53)은 "긴장이 풀어질 법도 한데 스스로를 늘 채찍질한다. 씨름 집안에서 자라서인지 매사 성실하고 자기 관리에 능하다"고 했다. 최영원은 최동한 전 음성군청 씨름단 감독(54)의 막내아들이다. 음성군체육회에 근무하는 그의 형 최영웅(28)도 2013년까지 동작구청에서 선수로 활동했다. "부상으로 모래판을 떠난 형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요. 항상 옆에서 응원하며 힘이 돼 주거든요." 최영원은 청주 모충초등학교 4학년 때 친형을 따라 샅바를 잡았다. "학교 정문에 형의 우승 현수막이 자주 걸렸어요. 그게 멋있어 보여서 아버지의 반대를 뚫고 씨름을 시작했죠." 친형과 연습에 아버지의 엄격한 과외가 더해지면서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2013년 12월 열린 씨름 왕중왕전에서 집안의 무관 한을 풀더니 이번 대회에서 생애 세 번째 황소 트로피를 챙겼다. "경기 전까지 조언을 해주신 아버지를 꽃가마에 태워드리려고 했는데 이미 경기장을 빠져나가셨더라고요. 다시 만났을 땐 수고했다는 말만 해주셨고요. 원래 좀 투박하세요."

최영원[사진=대한씨름협회]

그의 씨름은 아버지의 성격을 빼닮았다. 일반적인 태백급 선수들과 달리 선이 굵은 기술을 사용한다. 들배지기, 밀어치기 등이다. 곽 감독은 "금강급(90㎏ 이하)으로 체급을 올려도 될 만큼 기술과 힘이 좋다. 특히 당기는 힘이 월등하다"면서도 "무게중심이 높고 동작이 크다 보니 주도권을 놓치기가 쉽다. 배치기 등의 방어에도 취약하다"고 했다. 최영원은 중심을 낮추고 움직임을 세밀하게 다듬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을 생각이다. “화끈한 씨름을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다소 우직해 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다듬은 경쟁력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백화산을 누구보다 열심히 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이 굵은 씨름을 하다 보니 체력 소모가 남들보다 많은 편이예요. 훈련 프로그램 중에서 산악 구보가 가장 힘들지만 하체를 탄탄하게 하고 체력을 높인다면 문제되지 않을 거예요.” 고집스런 노력으로 다시 오른 백화산 평전. 그는 숨을 고르며 서해바다를 품어본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규모를 떠나 모든 대회에서 잘 해야죠. 이렇게 정진한다면 이진형(35·울산동구청) 선배의 태백장사 7회 기록도 깰 수 있지 않을까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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