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break_mod">☞ [짜장] (1) '과연 정말로'라는 뜻의 순우리말 (2) 춘장을 볶은 중국풍 소스. 짜장뉴스는 각종 인터넷 이슈의 막전막후를 짜장면처럼 맛있게 비벼 내놓겠습니다. 과연? 정말로?
-윤문진 '띵동' 대표 인터뷰-"종사자 노동에 걸맞는 정당한 대우가 곧 회사의 발전"-"배달로 월 600만원 번다" 배달원 자긍심이 안전으로 이어져-"경영자와 직원이 함께 잘되자는 약속의 실천이 중요"
▲ '띵동'을 창업한 윤문진 '허니비즈' 대표.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열정을 발휘할 기회를 줄 테니 대가를 바라지 말고 일하라는 속칭 ‘열정페이’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열정페이, 열정이 있으니 적은 월급은 감수하라는 뜻이죠. 일자리에 목마른 젊은이들을 채용해 박봉에 혹사시키고 헌신짝처럼 버리는 일부 기업의 ‘갑질’ 횡포까지 더해지며 젊은이들을 두 번 울립니다. 하지만 열정페이의 의미가 '열정을 쏟은만큼 페이'로 바뀐다면 어떨까요. 턱없이 낮은 임금에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극한알바’ 1위 오토바이 배달기사가 한 해 800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면, 믿어지십니까. 저희 아시아경제 기자들도 처음에 듣고 “에이 설마”하며 믿지 못했습니다.확인을 위해 찾아가 봤습니다. 서울 강남 지역을 기반으로 최근 생활편의 서비스 대행업계 1위로 급성장한 생활심부름대행업체 ‘띵동’입니다. 서울 역삼역 근처에 위치한 띵동의 본거지를 가 보니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 너머로 출장 준비에 분주한 직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꿀벌을 형상화한 듯한 배달 차량의 색깔이 인상적입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띵동' 본사.
안내를 받아 3층 사무실로 들어서자, 띵동의 ‘대장’으로 불리는 윤문진 ‘허니비즈’ 대표가 편안한 옷차림으로 기자를 맞이했습니다. 우선 궁금한 질문, 띵동은 어떤 일을 하는 업체인지 물었습니다. “보통은 ‘잔심부름’ 업체로 알려져 있죠. 배달을 안해주는 맛집 음식을 대신 배달해 드리는 것을 비롯해 각종 생활편의 가사업무를 대행해 드리고 있습니다. 고객들의 요구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대충 세어봐도 1000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듯해요. 불법이 아닌 이상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 합니다.”음식배달은 물론 마트 장보기, 문서나 물품 전달 같은 ‘퀵서비스’, 은행·민원업무는 물론 침구류 청소 같은 홈케어업무, 가구를 설치하거나 옮기는 인테리어 업무까지 해 줍니다. 상품·편의서비스 종합 대행업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심지어 잠자는 사람 깨워주기, 벌레잡기, 로또 대신 체크해주기 등 온갖 ‘기상천외’한 일들이 다 접수된답니다. 띵동은 2012년에 설립됐습니다. 현재 직원 수는 약 70명. 이 중 40명이 배달을 비롯한 외근업무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중반에 맞춰져 있지만, 40~50대 직원도 있다고 합니다. 보통 배달은 학생들이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많이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 '띵동'은 배달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과 제휴해 현재 강남권에서 맛집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앱에서 사용 가능하며, 현재는 스마트폰 사용자 위치가 강남일 경우에 이용할 수 있다.
흔히 ‘배달기사’ ‘라이더’ 등으로 불리지만 여기서 호칭은 ‘메신저’입니다. “제일 안 좋은 호칭이 ‘딸배’, 그 외에 배달부, 라이더 기사… 등이 있는데, 모두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마침 미국 ‘아마존(Amazon)’에서 실시간 물류사업에 일하는 택배업무 담당자에 ‘메신저’란 명칭을 쓰던데, 우리가 봐도 괜찮더라구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의미도 있고요.”이렇게 명칭부터 신경을 쓴 이유는 배달 종사자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처음에는 마흔 살이 넘는 우리 직원들이 배달 일을 한다는 이유로, 20대 프랜차이즈 업체 점장들로부터 대놓고 무시당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 사람들이 한 달에 400만원, 600만원씩 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주들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바뀌기 시작하더군요.”여기서 가장 궁금한 부분. 정말로 연봉 8000만원의 오토바이 배달원이 있나요. 윤 대표는 웃으며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띵동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12월 급여 내역입니다. 1위인 심모 메신저는 12월에 1361건의 업무 실적을 냈고, 610만원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받은 총 수령액이 8000만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2위인 손모 메신저도 같은 달 1361건의 실적과 589만원 수령액을 기록했습니다. 3위 최모 메신저는 1234건 실적에 531만원을 받았습니다. 놀라운 수준입니다.“올해 최저임금 기준은 시급 5580원, 강남 일대 배달업무 종사자의 평균 시급이 6713원입니다. 띵동 메신저들은 두 배가 넘는 1만4000원 이상을 받아 평균 수입은 월 400만원대입니다. 근무환경은 주 60시간씩입니다. 국내 배달 종사자 평균 근로시간이 주 72시간인데, 이를 줄이고 수입은 두 배로 늘린 겁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보상체계를 마련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환경은 아직 덜 알려진 부분이 많습니다.”
▲ '띵동' 직원들과 윤문진 대표(오른쪽 끝)가 함께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허니비즈)
업무가 다양하니 그만큼 전문성도 필요합니다. 띵동의 메신저들이 월등히 높은 보수를 받는 이유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일의 특성상 낮은 보수와 높은 업무강도에 지쳐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만, 띵동에서는 중간에 그만두는 이가 없으니 그만큼 전문성이 높아지고, 숙련된 베테랑들이다 보니 사고율도 낮다고 합니다.“배달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지만, 경험과 경력이 정말로 크게 작용합니다.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메신저의 처우를 개선하고 실질적인 보상체계를 갖추려 노력하자, 사고가 크게 줄어들고 고객서비스의 품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더군요.”그에 따르면 소위 ‘칼치기(자동차 사이를 빠르게 통과해 추월하는 불법 주행)’까지 감수하며 오토바이를 빨리 달린다고 해서 실적 건수가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교통신호에 걸릴 땐 다 걸리고, 서두르면 더 위험하기만 할 뿐입니다. 숙련도가 낮은 어린 학생들이 용돈을 벌려고 뛰어들었다가 사고를 많이 내지만, 배달 일을 자신의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컨디션 관리가 곧 생명입니다. 이들은 안전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위험하게 과속하지 않으면서도 훨씬 많은 실적을 올린다는 설명입니다.그래서 띵동은 최소 26세 이상의 유경험자로 선발 기준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경력이 중요한데다 “일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해 보는 게 더 가치있다”는 윤 대표의 믿음 때문입니다.이에 힘입어 띵동은 현재 동종 업계 1위 자리를 굳혔습니다. 2위 업체와의 격차도 많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접수 건수는 작년 12월 기준으로 월 2만7000건을 돌파했고, TV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습니다.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15년 1월부터 SBS에서 방영중인 주말드라마 '떴다 패밀리'에서 주인공 최동석 역을 맡은 배우 진이한이 띵동 사무실을 배경으로 연기하고 있다. (사진출처 = 허니비즈 '띵동' 블로그) <br />
이렇게 안착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많았습니다. 사실 신생 기업에서 직원에게 만족할 만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수의 벤처 기업들에서는 직원들이 낮은 월급을 받으며 야근에 시달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띵동은 왜 다른 선택을 했을까요. 윤 대표의 말입니다.“저희도 쉽진 않았습니다. 처음엔 저 스스로도 많이 주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제가 이 일을 초창기에 풀타임으로 한 달 이상 해 보니 이건 정말 ‘할 짓’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원 처우를 최우선으로 개선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효과들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에서 이 같은 보상체계가 지속 가능하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현장에서 뛰는 메신저들이 되레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는 것이냐’며 미안해 하더군요. 상담업무 등을 맡는 내근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것이 살아남는 길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최근 논란이 된 ‘열정페이’ 문제에 대해서도 윤 대표는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창업부터 출발한 기업들에서 경영자와 직원이 같이 잘되자고 말하지만, 이런 사건이 터지는 이유는 말로만 약속하고 실제로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경영자가 의지를 갖고 성과를 직원들과 나누도록 실천해야지, 나중에 잘 되자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 간단한 이야기입니다.”앞으로 띵동의 갈 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윤 대표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적 시선을 바꿔 나가는 것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오토바이 배달을 정당한 대우를 받는 어엿한 전문직종으로 만들고, 서비스가 활성화됨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만족할 때 회사와 직원과 고객이 모두 행복할 수 있습니다.”
▲ '띵동' 직원들과 윤문진 대표(오른쪽 끝)가 함께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허니비즈)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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