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 왕' 백화점 甲질 불렀다

모녀 사건 이어 난동 여성 고객까지…백화점 왜 이러나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김소연 기자]백화점이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손님이라는 이유로 백화점 직원에게 폭행을 가하는 등 도를 넘는 수준의 횡포가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천의 한 백화점에서 모녀 고객이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을 무릎 꿇리고 밀치는 등의 폭행을 가한 '백화점 모녀 백화점 갑질 논란'에 이어 대전의 한 백화점에서는 옷 교환을 요청하던 여성 고객이 난동을 부렸다. 이 고객은 점원이 옷에 이물질이 묻어 교환이 어렵다고 하자 카운터에 있던 물건과 옷을 바닥으로 던지고 고함을 질렀으며 옆에 있던 남성 직원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점원들도 밀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당한 점원은 여성 고객의 처벌을 원하고 있으며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해당 여성 고객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고객들의 '갑질'은 상품 교환 또는 환불 시에 가장 흔히 발생한다. 구매 후 착용했던 옷을 바꿔 달라며 생떼를 쓰기 일쑤고 그마저도 먹히지 않을 때는 직원에게 폭언 또는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가장 많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일하던 A씨는 한 여성 고객으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이 고객은 물건을 구입한지 네 시간 정도 지나 매장을 다시 찾아 환불을 요구했다. 당일 구매 상품이라 교환을 해주려고 물건을 살펴보던 A씨는 소매 부분에 얼룩이 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가 착용을 한 것 같고 이물질까지 묻어 있어 교환이 어렵다고 고객에게 말하자 그때까지 별말없이 지켜만 보던 고객은 갑자기 백화점이 떠나가라 고함을 질러댔다. 본인이 이 매장에서 매년 구입하는 옷이 몇 벌인지 아느냐며 다짜고짜 옷을 A씨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결국 매니저가 와 옷을 교환해 준 후에야 그 고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유히 매장을 떠났고 A씨는 그 고객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해야 했다. 남성복 매장에서 일하던 B씨도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 중년의 남성 고객이 바지를 구매하러 왔다. 이 고객은 한번 입어보고 사이즈를 확인하라는 직원의 말을 무시한 채 이 정도면 맞다고 귀찮으니 포장해달라고 해서 돌아갔다. 다음날 매장을 다시 찾은 그 남성은 맞지도 않는 사이즈를 줬다며 B씨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고 마치 때리기라도 하려는 듯 손을 치켜들기도 했다. VIP나 VVIP의 횡포는 더욱 심하다. 백화점에서 거의 '왕' 대접을 받는 이들은 반말은 기본이고 툭하면 직원들을 하인 부리듯 한다. 강남의 한 백화점 VIP 라운지에서 일하는 C씨는 매일 VIP를 상대한다. VIP 라운지에서는 규정에 따라 VIP 고객들에게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한 고객이 하루 제공 잔수가 넘는 음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C씨는 정중하게 규정상 4잔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고객은 고작 음료수 한 두잔 가지고 거지 취급을 하는 것이냐며 앞에 놓인 물을 C씨에게 뿌렸다. 지난해 11월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는 VIP 발렛파킹(대리주차)을 하던 주차요원이 발렛 차량 구분 스티커가 달라 고객에게 '스티커 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들었다. 해당 고객은 막무가내로 욕을 하며 손에 들고 있던 지갑을 던져 아르바이트 직원의 복부에 맞기도 했다.백화점 안에서 일어나는 손님들의 갑질은 백화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한번쯤은 꼭 등장하는 단골 소재로 쓰일 정도로 흔히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백화점이 갑질의 온상이 된 것은 백화점에서 비싼 돈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는 만큼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이 지나치게 고객만을 우대하고 직원들에게 도를 넘는 수준의 서비스를 당연시 하도록 강요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백화점 직원은 "직원이 고객에게 어떤 봉변을 당해도 회사는 무조건 직원이 고객에게 사과를 하도록 지시한다"면서 "이렇다 보니 고객들의 행동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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