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의 술이술이 마술이(21) 레페
9가지 다양한 맛, 775년 역사 자랑…품질관리 엄격, 전통 양조법 고수
레페블론드와 브라운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수입맥주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그 순간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맥주를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맥주가 금욕과 절제의 상징인 수도원에서 시작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세시대 맥주 생산은 기독교 문화가 확산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수도원에서 처음 맥주를 마시게 된 계기는 중세시대 수도자들의 금식 기간에 부족한 영양을 공급받기 위해서였다. 이후 엘리트 계층이었던 수도사들이 맥주 제조법을 추가적으로 연구하고 또 다른 맥주 맛을 개발하면서 그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 이렇게 수도원에서 직접 제조하는 맥주를 '트라피스트 맥주(Trappist beer)'라고 칭한다. 하지만 이후 수도원 수가 줄어들면서 맥주 제조비용과 장소가 부담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 맥주회사는 수도원 맥주의 훌륭한 맛과 향, 전통을 계승해나가고자 수도원 맥주 양조 라이선스를 획득해 '애비맥주(Abbey beer)'를 선보이게 된다. 이후 애비맥주는 일반인들의 입맛을 고려해 트라피스트 맥주의 특징은 그대로 살리는 대신,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과일 향 또는 단 맛을 첨가해 더 깊은 향미를 구현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수도원 맥주들이 애비맥주로 분류되는데, 그 중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향과 맛이 부드러운 '레페'를 소개한다.◇700년 역사의 전통 수도원 맥주= 레페는 7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전통 벨기에 '수도원 맥주'로서, 중세시대 수도사들의 양조기술과 전통을 그대로 계승해 오고 있다. 1240년 성 노버트(St. Norbert)성당의 수도사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양조가 시작됐다. 레페는 엄격한 품질관리로 전통 양조 방법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수도원 맥주의 원조이며, 맥아를 구워 만들어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또한 금식 기간 동안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평소보다 강한 맥주를 마시는 수도자들을 고려해 높은 도수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 맥주에 설탕을 소량 첨가해 풍부한 맛과 달콤함이 느껴지게 하도록 했다. 레페는 로고와 전용잔에서도 수도원을 느낄 수 있다. 레페 로고는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보이는 레페 수도원을 형상화한 것이다. 전용잔은 예수님이 마지막 만찬에서 드셨던 성배 모양을 본 따 만들었으며, 이 전용잔에 레페를 따라 마시는 모든 사람들이 '영생하십시오'라는 의미를 지닌다. 레페는 총 9가지의 다양한 맛을 선보이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흑맥아의 구수한 향과 풍부한 거품이 특징인 흑맥주 레페 브라운과 풍부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대표적인 벨기에 페일 에일 레페 블론드 2종류만 판매되고 있다. ◇커플이 함께 마시면 더 없이 좋은 맥주= 레페 블론드(6.6%)는 사랑스러운 황금빛깔에 과일과 정향나무 향이 조화돼 독특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신선하고 담백한 맛의 맥주로, 살짝 드라이하면서도 크리미한 맛이 깊이 있게 다가온다. 붉은 고기와 스모크 햄, 치즈와 잘 어울린다. 레페 브라운은 구운 맥아의 은은한 향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짙은 다홍색의 흑맥주이다. 또한 은은하게 바닐라와 카라멜 향이 나며 풍부한 거품은 마치 카푸치노를 연상시킬 만큼 부드럽다. 흑맥주 애호가 사이에서도 특히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달콤하고 신맛이 나는 음식과 잘 어울리며, 치즈 또는 수프와 먹어도 좋다.레페는 진하고 부드러운 맛과 함께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인정을 받고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제격이다. 두 가지 종류의 레페 맥주는 각각의 색과 맛, 향이 차별화되어 나란히 마실 때 더욱 멋스러우며 커플이 함께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맥주다.한편 특별히 제작된 레페 전용 글라스는 품격의 상징이다. 성배(chalice) 모양의 디자인은 유서 깊은 벨기에의 전통이 깃들어 있으며, 신성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레페는 그 로고에서 특징 있는 성당 그림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 역사가 시작된 노트르담 드 레페(Notre Dame De Leffe) 수도원 성당 탑의 스테인드글라스 문양을 본뜬 것이다. 레페는 성배 모양의 전용 글라스에 마셔야 본연의 맛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데, 전용 글라스는 레페 맥주만의 특별한 향을 보존하고, 크리미한 거품을 완벽하게 형성하면서 그 맛과 분위기를 최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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