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1일 신년사에서 '최고위급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남북대화에 적극 나설 방침을 내비치면서 남북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대화제의를 한 만큼 남북 모두가 관계개선에 공감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에 따라 형식이야 어떻든 남북대화는 이뤄질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내건 대화의 전제조건에 대한 남북 견해차가 워낙 커서 대화의 장에 앉기까지 남북 양측이 풀어야 할 숙제는 한 둘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대화 주도권 잡으려 정상회담 제안=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은 1일 육성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면서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김정은은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지난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법을 사용한 것에 견줘본다면 비교적 상세하게 방법론을 예시했고 2011년 이후 4년 만에 '남북간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언급했다.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정부가 지난해 12월 29일 제안한 통일준비위원회와 북한 통일선전부 간의 회담을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과 답변이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통준위 차원의 대화제의에 대한 답변으로 보고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해방 70돌인 올해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를 투쟁구로호 제시한데서 알 수 있듯이 김정은은 광복 70돌이자 노동당 창건 70돌인 올해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업적을 남기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북한 어려운 숙제를 남한에 던졌다=정부나 전문가들은 이번 신년사를 통해 북한이 공을 남한 쪽에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통일부는 김정은이 우리 정부에 한미합동 군사연습과 상대방 체제 모독과 대북 인권문제 제기, 흡수통일 추구 중단 등 기존 입장을 조목조목 제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김정은은 또 남북은 이미 7·4 공동성명과 6·15 공동선언, 10·4 선언 등의 통일헌장,통일대강을 마련했다며 통준위의 통일헌장 논의를 간접으로 거부했다.김정은은 또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 적대정책과 침략책동의 전환을 촉구했다.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 교수는 "북한은 남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숙제를 내걸었고 북한과 미국이 최근 '인터뷰'라는 영화 문제로 대립하는 등 관계가 나빠진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진전을 보기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설령 남북이 대화에 합의하더라도 대화방식과 의제도 정해야 한다.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29일 통일준비위원회와 북한 통일전선부간 대화를 제의했는데 북한은 신년사에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고위급 접촉과 개별 회담,최고위급 회담을 제안해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의제도 우리 정부는 그동안 사회문화 교류 등 연성 의제부터 시작하자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정치·군사적 문제를 논의하자며 맞서 왔고 이번에는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조건으로 걸어 의제를 정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대화가 열리면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문제 등 남북현안을 모두 논의할 수 있다는 적극성을 보인 만큼 북한이 요구한 정치·군사 문제까지 다루는 유연성을 보일지가 열쇠가 될 전망이다.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장관급 또는 차관급 당국 회담을 통해 5.24조치의 해제,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재개 등을 논의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통일부 장관이나 북한 통일전선부장에게서 5.24조치 해제와 이산가족 생존자 전원의 생사 확인 같은 결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정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상반기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하면서 통준위와 북한 통전부간 회담이나 고위급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 의제를 미리 검토하자고 제안할 차례"라고 조언했다.박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주목된다.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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