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55세 이상 고령자에게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 노동계와 재계 양쪽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안을 통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오히려 논란은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3월까지 주요 현안에 합의하기로 한 노사정 대화도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의 최대 쟁점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린 부분이다. 35세 이상 기간제ㆍ파견 근로자가 원할 경우 사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권영순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2년 후 정규직 전환의무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해 정규직 전환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고통의 시간을 연장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본인 신청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고용 불안과 희망 고문으로 노동자를 종속시킨 후 4년 동안 부려먹은 뒤 결국 이직 수당 몇 푼 집어주고 해고시킬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오히려 기업이 정규직 고용을 꺼리게 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를 대변하는 경영자총협회는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는 안"이라며 "고용주체인 기업의 사정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규직 미전환시 지급하는 이직수당 등에 대해서는 "기업의 부담을 심화시켜 지금보다 일자리가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앞서 정부는 2009년에도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전문직 등에 대한 파견근로 확대도 노사 간 이견이 큰 부분이다. 권 실장은 "고령화시대에 점차 늘어나는 일자리 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는 도급, 용역 등을 그나마 법적 틀 내에 있는 파견 등으로 끌어들여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노동시장 활력 제고 방안'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정부안이 처우개선보다 일자리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는 비판을 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파견과 정규직 간 근로조건 격차가 큰 상황에서 "도급, 용역보다 낫다"는 논리는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의 논란은 저성과자 등 정규직 해고요건에 대한 부분이다. 정부는 일반 고용해지 기준과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대신 기업이 집단 정리해고를 실시한 경우 경영이 정상화되면 재고용하도록 절차적 요건을 강화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해고를 더 쉽게 만드는 개악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명문화해야 한다"면서도 재고용 등에 대해서는 부담감을 나타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안은 앞으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에서 재계, 노동계 안과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내년 3월까지 노동시장 주요 현안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노동계와 재계의 반발이 워낙 심한데다 한국노총이 "정부가 경영계 편향적 태도를 지속한다면 어렵게 재개된 사회적 대화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해 험로가 예상된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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