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뒤인 19일은 적잖은 이들에게는 제발 2년 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회한이 들게 하는 날일 것이다. 2년 전 이날은 지금의 야당이 대통령 선거에 패해 정권 탈환의 염원이 무산돼 버린 통한의 날인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르는 동안 야당은 현 정부에 대해 '사상 유례 없는 무능 정권'으로 줄곧 비판해 왔다. 야당의 공격에 공감할 이들도 분명 상당할 것이다. 야당의 비판은 비선 측근에 의한 국정개입(농단) 의혹이 보여주고 있는 집권세력의 실상에 비춰볼 때도 더욱 설득력이 없지 않은 주장이다. 그러나 집권세력이 반성을 해야 한다면, 그 백 배 이상으로 반성이 필요한 이들은 바로 야당 자신이다. 국민들이 지난 2년간 끊임없이 봤던 것은 여당의 집권 역량의 부실을 넘어서 야당의 반성 능력의 부재였다. 민주개혁진보라고 자임하는 자신들에게 '민주'도, '개혁'도, '진보'도 없다는 점을 자각하지 못하는 반성역량의 실종이었다. 왜 국민들은 집권세력이 무능하고 부패하다고 보는 데도 그 반대 세력인 야당에 지지를 보내지 않을까. 아니 그 전에 지난 대선 때 왜 국민들은 '유신 독재자'의 딸에게 과반이 넘는 지지를 보냈을까. 왜 엄혹한 유신 시대에 젊음을 보낸 이들조차도 유신의 악몽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것일까. 나는 우리 국민들의 견고한 심성에 그 큰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한국인들은 지난 100년간 그야말로 숱한 극한경험을 가졌다. 그렇게 시련에 단련된 국민들은 웬만큼 열악한 상황쯤에는 둔감해져버렸다. 그래서 유신시대조차도 이제 지나놓고 보니 그리 어려운 시절이 아니게 돼버렸다. 정치사회적 부자유에 대해서도 예민하지 않게 됐다. 반면 민주개혁세력은 이렇다 할 차별성, 우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예전엔 국민들이 이들 민주세력에게 고생한 것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었으나 그 채무감은 10년간 이들에게 집권 기회를 줌으로써 상당 부분 해소돼버렸다. 그러니 이제 야당이 분명한 차별성과 우위를 보여주지 못하면 굳이 야당을 택해 변화를 감수할 만한 마음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야당에 대한 요구는 이렇게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야당의 역량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대선 2주년, 박근혜정부 2년, 지금 야당에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는 것이다. 그래야 3년 뒤 12월19일, 또 다른 통한의 날을 맞지 않게 될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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