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2012년 오늘은 미디어 역사에 아픈 기록이 새겨진 날입니다. 언론 황제 루퍼트 머독과 혁신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가 태블릿 PC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
‘더 데일리’를 의욕적으로 창간한지 1년 10개월 만에 폐간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백재현 온라인뉴스본부장
머독이 누굽니까? 전세계 52개국에서 700개가 넘는 미디어 사업을 펼치는 미디어 재벌 아닙니까? 또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정보기술(IT) 시장의 패러다임을 주도해온 인물 아닙니까? 이들 두 사람이 손잡고 거액을 투자해 새로운 매체를 만들겠다고 나섰으니 위기 빠진 언론사들의 눈길이 쏠린 것은 당연하겠지요.머독은 증가하는 태블릿 PC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구독자 100만 명만 모으면 연간 200만 달러 흑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주간 99센트, 연간 39.99달러의 구독료를 책정하고 광고도 기사를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기사 페이지에는 싣지 않고 전면 광고만을 게재했습니다.머독은 ‘더 데일리’에 초기에 3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매월 50만 달러의 운영비를 부담했으며 직원을 170명까지 늘렸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구독자는 10만 명에 그쳤고 흑자는커녕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갔습니다.언론사들로부터 신문의 미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더 데일리’는 왜 실패 했을까요?여러 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독자가 기꺼이 돈을 낼만한 콘텐츠가 아니었다는 데서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비록 태블릿 PC에 맞는 화려한 UI(User Interface)를 갖추었지만 깊이 있는 기사가 부족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뉴스였던 것이죠. 게다가 플립보드처럼 원하는 뉴스를 손 쉽게 모아볼 수 있는 신디케이션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더 데일리’의 장점은 빛이 바랬습니다.아울러 ‘더 데일리’는 로컬뉴스가 약했고 모바일의 특성을 살려 구독자의 위치정보를 갖고 있었으나 날씨정보나 해당 지역 스포츠팀의 경기결과 정도 외에 지역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지 못했습니다.결국 ‘더 데일리’는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수단의 변화에만 신경을 썼지 기술 발전이 몰고 온 독자들의 뉴스 소비 행태 전반의 변화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또한 뉴스의 개념마저 전통의 그것과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달 방식의 변화만으로는 독자의 눈길을 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입니다.뒤집어 말한다면 ‘더 데일리’의 실패는 오늘날의 미디어 위기의 해법은 정보기술(IT)이 가져온 변화의 본질을 미디어라는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서 열린 눈으로 봐야만 찾아 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습니다.이미 모바일 시대로 진화한 상황에서 또 어떤 혁신적인 시도가 위기에 빠진 미디어 시장에 길을 제시할지 주목됩니다.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뉴미디어본부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