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에서부터 조현아 부사장 사임까지 쟁점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탔던 일등석은 명품항공사를 지향하는 대한항공의 서비스에 정수가 담긴 공간이다. 하지만 조 부사장은 정작 이를 강조한 자리에서 서비스 정신의 기본인 '고객만족'을 잃어버렸다. 그는 부적절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내 모든 역할을 내려놨지만 논란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며 논란이 된 쟁점들을 정리했다.◆첫번째 불씨 땅콩= 대한항공은 2012년6월 객실서비스 매뉴얼 개정 후 일등석 승객 탑승시 개별적으로 음료 주문을 받으며 '넛(마카다미아넛, 땅콩의 일종)를 함께 드릴까요?'라고 묻게 돼 있다고 밝혔다. 고객이 주문하면 갤리로 가서 버터보울(종지)에 땅콩과 음료수를 준비해서 가져다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해당 승무원이 음료를 서비스하면서 땅콩을 봉지채 들고와 조 부사장에게 의사를 물은 것이 발단이 됐다. 조 부사장은 본인이 아는 것과 다르기에 승무원에게 규정을 물었고 승무원은 본인이 아는 바 대로 서술했다. 조 부사장은 이를 변명으로 해석했고 사무장을 호출했다. 사무장이 아는 것은 승무원의 그것과 같았다. 조 부사장은 평소에도 '명품항공사'라는 말을 즐겨 쓸 정도로 본인이 담당하는 객실서비스에 대한 자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등석은 좌석 하나당 가격이 2억5000만원에 달하며 왕복 항공권 가격(인천~뉴욕)은 1100만원에 팔리는 좌석이다. 이에 제대로 된 서비스를 펼치지도 못하고 책임 임원에게 변명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 본인에게는 괘씸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관련해 업계에서는 이같은 서비스 내용 지시가 수시로 바뀐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땅콩 알러지가 있는 승객들을 고려해 봉지 채 가져와 어떤 땅콩인지를 보여준 뒤 승객의 섭취 의사를 묻는 게 맞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당성을 넘어서는 조치= 화가 치민 조 부사장은 탑승교를 떠난 항공기를 돌려 사무장을 하기시켰다. 이같은 과정이 이어지는 동안 고성으로 승객들의 불안을 초래했다. 고품격 서비스를 지키려다 서비스의 기본인 '고객만족'을 잃어버린 셈이다. 이같은 행동은 현행 법을 어긋난 위험한 행동으로도 해석된다. 현행법상 항공기 문을 닫으면 운항 중으로 판단한다. 모든 결정 권한이 기장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조 부사장은 기장과 협의 후 조치했다고 하지만 기장은 사무장이 내린 후에나 램프 리턴 및 하기의 이유에 대해 알게 됐다. 현행법상 기장 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방해하는 행위와 기내 소란행위는 금지돼 있다. 또 부당한 압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 경로를 변경하거나 방해한 사람은 1~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조 부사장을 기내 승객으로 판단한다면 이번 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유사시 진행하는 램프 리턴을 하면서도 사무장에게 이유를 묻지 않았던 기장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진다. 조 부사장이 객실에 타고 있는 점과 책임 사무장이 내린다는 점 등으로 유추는 가능할 수 있지만 이유를 묻고 판단을 했어야 한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사임으로 마무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9일 귀국 후 조 부사장의 사임을 받아들였다. 한진가 3세의 맏딸로 1999년부터 호텔면세사업부를 시작으로 15년간 경영에 참여해 왔던 조 부사장의 경력에 쉼표가 찍혔다. 하지만 여론은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도 아니고, '눈 가리고 아웅하기'식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조 부사장은 이번 조치에도 대한항공 등기이사직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12억달러 규모 호텔 건립 등 한진그룹이 중요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직, 2014인천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으로 알려진 왕산레저개발 대표직과 한진관광 대표 등의 역할은 계속 이어나간다. 이같은 논란은 법적 처벌 여부에 따라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9일까지 기장, 사무장, 서비스 승무원 등 8~9명을 조사했다"며 "승객과 조 부사장도 조사 대상으로 결과를 예단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부사장 사퇴 여부과 상관없이 결과대로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