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뉴노멀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이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위기의 영향이 크고 광범위해서 위기가 극복되더라도 경제가 위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을 전제로 뉴노멀이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지면서 현 경제체제의 문제점을 상당부분 노정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부문에 고장이 생기면서 이를 고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데 이게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다보니 자꾸 늦어지고 있다. 양적완화 등의 조치를 통해 돈을 엄청나게 풀어서 금융기관의 파산위험을 줄이고 일부 정상화시키는 데까지는 성공을 했다. 하지만 일단 위기를 당한 금융기관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매우 강해지면서 대출집행에 매우 소극적이다 보니 돈이 돌지를 않고 있다. 중앙은행이 풀어 놓은 돈이 초과지불준비금이 되어 중앙은행에 다시 와서 쌓이는 상황까지 연출되다 보니 돈을 풀어도 돌지를 않고 실물경제의 회복은 더디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위기 이후의 상황이 위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다 보니 뉴노멀이라는 단어가 더욱 실감이 난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뉴노멀을 언급했다. 중국어로 신창타이(新常態)라고 표현했는데 '새로운 상태' 라는 번역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허난성 시찰을 하면서 '신창타이'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을 했는데 그 이후 이 단어가 중국의 대표적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 총 1830만번의 검색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중국 내에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많은 학자나 연구원들이 이에 대한 해석을 내놓고 있고 그 해석이 조금씩 다르지만 뉴노멀의 여러 의미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예를 들어 보자. 뉴노멀은 과거의 모순과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새로운 성장모형이 정립된 상태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뉴노멀을 고속성장에서 중속성장으로 바뀌는 동시에 고부가가치산업과 기술혁신 성장이 중심이 되는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투자와 수출 중심에서 소비와 내수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바뀌면서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가하면 저출산 노령화로 인해 인구보너스가 사라지면서 노동비용이 상승한 상황에서 새로운 산업구조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에서의 논의에서 보듯이 뉴노멀은 이거다라는 식의 딱부러지는 견해가 있기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타당성을 가진 논의를 통해 우리도 우리 나름의 모형을 정립시켜 나가야 할 상황이다. 사실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도 저성장ㆍ고령화ㆍ저금리ㆍ저수익ㆍ고위험 등의 상황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의 뉴노멀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전통적으로 우리를 먹여살려온 중화학공업 분야에서 우리 경제의 국제적 비교우위가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조선ㆍ석유화학ㆍ철강 등의 분야에서 중국에 의한 추격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이들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수익성이 상당 부분 악화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만일 이러한 분야가 이대로 추락해 산업기반이 잠식돼 버린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도 매우 불투명해 질 수밖에 없다. 이들 분야의 경쟁력을 어떻게 해서든지 회복시켜서 시간을 벌면서 창조경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뉴노멀에서 핵심적인 과제일 것이다. 물론 반도체ㆍ자동차ㆍ정보기술(IT) 등 경쟁력 우위가 아직도 존재하는 분야에서는 이러한 우위가 지속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존 분야의 우위를 회복시키거나 지키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그야말로 수성과 창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이제 우리도 뉴노멀에 대한 논의가 더욱 심도있게 이루어지고 실제 전략으로 연결돼야할 시점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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