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보(스리랑카)=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세계 2위와 3위의 경제대국 중국과 일본은 경제분야 분 아니라 외교전략에서도 대립하고 있다.중국은 '21세기 새로운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제안하면서 인도양의 안전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스리랑카를 비롯한 남아시아 국가 항구를 개발해 중국에서 인도양을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로 가는 '진주목걸이'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일본은 미국과 호주,인도를 연결하는 '다이아몬드' 전략을 구사하면서 인도와 호주에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두 강대국이 충돌하는 지점이 개발도상국이 스리랑카다. 일본은 1950년대 60년대부터 개발을 지원해온 반면,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인프라 건설 등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중견 외교 중심국인 한국 정부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스리랑카인들의 심금을 울리는 성심외교로 두 강대국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편집자주>
장원삼 주 스리랑카 대사와 조규찬 코이카 콜롬보 사무소장이 지난달 27일 콜롬보 인근 돔페에서 열린 폐기물통합관리시스템 구축사업 기증식에서 전통의식에 따라 복을 비는 불을 붙이고 있다.(사진제공=코이카)
◆물량공세 퍼붓는 중일=지난달 27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만난 우리 대사관과 코이카 직원들은 "중국은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고 이구동성을 말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콜롬보를 방문해 라자팍사 대통령 고향인 함반도타에 항구와 공항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이는 중국이 추진중인 해양실크로드 정책의 거점으로 스리랑카를 육성하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었다.시 주석 방문 이후 양국은 협력강화, 개발협력 프로젝트,공동연구와 기술협력 등 총 27개 협정을 체결했다. 인도 견제라는 중국의 이해와 내전종식 후 성장을 위한 항만과 공항, 도로,발전소 등 대형 인프라가 필요한 스리랑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중국의 지원 규모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중국은 콜롬보항 항 주변에 200억달러를 투입해 호텔,사무실, 아파트,쇼핑센터를 개발하기로 했다. 또 북서부 지역에 총 900메가와트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립을 지원하고 있으며 2단계 사업 준공식에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높이 350m로 콜롬보의 랜드마크가 될 '로터스 타워'의 총공사비 1억400만달러 중 80%를 지원하고 있다.그 결과 1971년부터 시작한 유상 차관 지원은 총 60억달러로 불어났다. 그렇지만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쏟아부은 돈이 94%를 차지했다.이 기간중 중국은 연간 8억~10억달러를 원조해 스리랑카를 중국의 '진주 목거리 알'로 만드려는 속셈을 감추지 않았다. 스리랑카와 인도를 연결해 외교지평의 다이아몬드를 완성하려는 일본 역시 돈을 퍼붓고 있다. 1954년부터 기술연수 전문가를 파견하기 시작한 일본은 지난해까지 유상 차관만 총 84억8000만달러 지원했다. 특히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유상 24억3900만달러,무상 3억4000만달러 등 총 27억7900만달러를 지원했다.연간으로 따져 3억달러규모인데 주로 도로와 에너지,수자원공급, 항만과 공항, 보건, 중소기업 투자에 쓰이고 있다.특히 2012년에는 반다라네케 국제공항 현대화에 3억1000만달러,함반토타-베얀고다 구간 송전선 건립사업에 1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두 나라 개발협력 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4억5000만달러의 유상차관 지원약정에 서명했다.무상원조는 인적자원개발과 보건서비스 개선, 농업과 어업 개발에 주로 지원한다.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전략(진주목걸리 전략)=자료 국립외교원
◆한국,스라링카인의 마음을 얻는다=한국은 1967년 스리랑카와 수교했지만 그간 별로 관심을 쏟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기업도 건설업을 중심으로 54곳이 진출해 있지만 삼성과 현대 등 국내 대기업은 없다. 투자규모도 2012년 현재 총 7억2400만달러에 이르나 실제 집행 규모는 1억7000만달러에 불과하다.이는 우리의 국력이 크지 않은 탓이었다. 최근에서야 우리의 에너지원인 원유 소송로인 인도양 해로의 중요성,개발협력의 중요성을 각성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우리나라의 유무상 지원 규모는 연간 1000만달러로 중국 일본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스리랑카가 꼭 필요한 사업을 찾아내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이런 불리한 점을 극복하고 있다. 침술치료 등을 지원하는 코리안 클리닉의 운영, 스리랑카 최초의 고형 폐기물 처분장과 국제컨퍼런스 회의장 건립,채소와 과일류 저장시설 도입,교사양성 등은 좋은 예이다. 지난 27일 돔페 폐기물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사업 기증식이 참가한 장원삼 주 스리랑카 대사는 " 스리랑카를 도와주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면서"중국과 일본은 '감춰놓은 의제(hidden agenda)'가 있지만 우리는 순수하게 도와준다"고 답한다고 말했다.장 대사는 스리랑카 정재계 관계 인사들에게 "한국과 스리랑카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도 다종교와 다문화 사회이며, 식민지배를 받았을 뿐 아니라 내전을 겪어 평화를 희구하고 테러리즘을 배격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무엇보다 한국이 개발경험을 갖고 있고 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고 역설했다.장 대사는 이날 기념식에서 "한국 정부는 경제개발 초기에 환경오염으로 대가를 치렀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과거 시행착오를 겪은데다 녹색 기술도 확보한 만큼 한국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최적의 협력자"라고 말해 우뢰같은 박수를 받았다.그는 특히 "한국은 녹색 성장에 기여하는 한편, 개발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약속을 밝혀둔다"고 말해 청중들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코이카는 단원 76명을 스리랑카 각지에 파견해 한국어 교육,ICT·자동차 교육 등을 벌이는 한편,대학생과 공무원들을 한국에 보내 연수를 시키고 연수후에는 이들이 스스로 결성한 연수생 동창회를 후원해 양국간 결속을 다지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김인 코이카 이사는 "코이카는 스리랑카의 환경보호는 물론,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면서 "우수한 학생과 공무원을 선발하고 질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유학하거나 연수교육을 받도록 함으로써 스리랑카 발전의 간성이 되게 하는 것은 물론, 양국관계 발전의 저변을 확대하고 단단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김 이사는 "스리랑카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을 가까이 하고 싶어해도 언어 장벽 등이 있어 멀어진 사례가 없지 않고 우리가 수주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나면 호주 등이 들어와 후속 사업을 수주한 전례가 있어 스리랑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콜롬보(스리랑카)=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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