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나폴레옹의 모자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이다. 하림의 김흥국 회장이 지난 11월17일 프랑스 오세나 경매소에서 일본인을 제치고 낙찰에 성공했다는 그 이야기이다. 모자 값으로는 사상 최고인, 26억원이나 지불했다하여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특히 옷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홍국 사장은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이 좋아서' 모자를 샀다했으나, 하림으로서는 국내외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림의 발표와 외신에 따르면, 이 모자는 비버의 털가죽 제품으로, 폭 49cm 높이 21cm이고, 2개의 뿔 부분은 앞뒤가 아닌 좌우로 오게 쓰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나폴레옹의 19개 모자 가운데 민간인 소유로 알려진 2개 중 하나로 전해진다. 14세기부터 유럽을 강타한 비버 햇의 유행은 유럽을 넘어 북아메리카까지 비버의 멸종 위기를 초래했었다. 다행히 1797년 실크햇의 등장으로 위기를 넘긴 그 비버가 나폴레옹 당시까지 최상류층 모자의 재료로 사용되었음을 이 모자는 확인해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 모자에는 3색의 cockade(장미모양 또는 리본처럼 묶은 매듭으로, 상징성을 갖고 주로 모자에 붙이는 장식)가 붙어있다. 이것은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바스티유를 습격한 다음날인 7월 15일 국민군 총사령관 라파예트가 시민에게 나누어준 모자의 표지 빛깔로서, 프랑스국기의 상징인 자유ㆍ평등ㆍ박애를 나타내는 것이다. 당시의 역사와 시대정신을, 더 나아가 장인의 숨결까지를 보고 느끼게 하는 것들이다.2각 모자(bicorne hat)는 3각 모자(tricorne hat)에서 비롯된다. 1667년 프랑스와 스페인의 전쟁터에서 스페인 병사들이 넓은 차양의 모자를 세등분하여 감아 쓴 3각모를 전쟁 후 프랑스 병사들이 따라서 썼다고 했다. 그것을 당시 유럽의 패셔니스타였던 루이 14세가 최고의 재료인 비버로 만들어 쓰면서, 찬란한 로코코의 복식문화를 누리던 18세기의 귀족들이 따라서 애용하게 된다. 물론 시민들도 썼으며, 군복의 일부가 되기도 하였다. 프랑스 혁명을 전후하여 세 모서리의 모자(3각 모)는 두 모서리(2각 모)의 모자로 바뀌어갔다. 2각모는 넓은 차양을 반으로 접고 그것들을 핀으로 고정해서 옆으로 각이 지게 썼다. 앞의 차양이 뒤의 것보다 짧아 영어로 'The cock(수탉)' 'cocked hat' 프랑스어로 'bicorne'라 했다. 1790년대에는 거의 모든 군인들이 썼다. 이번 한국에 올 모자는 나폴레옹이 1800년 6월 마랭고 전투에서 썼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같은 모자를 120개나 가지고 있었다하니 당시 2각 모자의 유행을 실감케 한다. 이 모자는 1800년대 이후 유행에서는 밀려났으나, 프랑스의 헌병들이나 이태리의 근위병들과 대부분의 세계 해군들이 정장에 사용하였다.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의 고위 관리들과 그 밖의 해군들이 세계2차대전까지 쓰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진의는 알 수 없으나, 수탉 모양의 cocked hat을 닭고기 회사의 회장이 샀다는 것도 재미있고, 역사의 증거물인 나폴레옹의 모자를 그 비싼 값에 살 수 있는 경제력이나 문화 수준, 그리고 그것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생각할수록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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