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비리 의혹 통영함… 직접 타보니 ‘먹통 음파’

26일 오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해군 구형 구조함인 광양함(왼쪽)과 신형 구조함인 통영함이 나란히 정박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부산=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방부 공동취재단]"옹진함! 침선(침몰선박) 위치 도착, 정밀유도 바람!"(통영함) "표적위치 통영함으로부터 270도, 5m, 유도침로 270도. 이상"(옹진함) 26일 오후 12시 30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남서방 20㎞ 해상. 이날 오전 5시 폭풍주의보가 해제된 해상에 너울이 넘실거리는 가운데 수상구조함인 통영함은 기뢰제거함인 옹진함과 무선통신을 주고받았다. 길이 107.5m, 배수량 3천500t인 통영함은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자동함위유지장치(DPS) 덕에 민첩하게 수m씩 움직였다. 잠시후 "온 탑(On Top)"이란 목소리가 통영함으로 전해졌다. 수중에 침몰한 가상의 선박 바로 위에 통영함이 정확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통상 구조함은 본체에 장착된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를 이용해 스스로 작업 위치를 찾아야 하지만 통영함은 소해함인 옹진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고 해역에 도착한 뒤, 마치 눈을 감은 상태로 옆 사람이 "앞으로 몇 걸음, 왼쪽으로 몇 걸음" 하는 소리에 맞춰 정확한 위치를 찾는 모양새였다. 통영함 건조 과정에서 납품비리 의혹으로 어군탐지기 수준의 HMS가 달리는 바람에 스스로 목표물을 찾을 수 없어서다. 통영함은 새로운 HMS를 장착할 때까지 소해함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군과 통영함 제작사인 대우해양조선은 이날 방위사업비리 태풍의 핵심에 놓여있는 통영함의 성능과 수중 선체 구조 시범을 보였다. 좌초된 함정을 끌어내는 이초를 비롯해 인양, 예인, 잠수지원 등 수상구조함의 주요한 작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HMS는 지하 3층에 위치한 소나 장비실만 공개했을 뿐 아예 전원조차 공급하지 않았다. 함정 뒤쪽에서 수중 작업 상황을 지시하는 구조지휘소의 10여개 모니터 가운데 HMS 모니터는 꺼져 있었다. 이정재 방위사업청 상륙함사업팀장(해군 대령)은 "현재 달린 HMS는 상용장비 수준이어서 군사용으로는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다"며 "납품 계약을 해지하고 반납할 것이기 때문에 가동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사청과 군은 통영함에서 HMS를 제거해 납품업체에 반납한 뒤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납품 공고에 이어 계약자 선정→계약→제작→장착→시험→정상 가동을 위해선 2년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날 공개된 통영함의 탑재장비 중 HMS와 수중무인탐사기(ROV)에 장착된 초음파카메라를 제외한 다른 장비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통영함장인 박정식 중령은 "구조함의 핵심인 잠수장비와 인양을 위한 크레인, 다른 함정이나 선박을 끌어당기는 유압권양기(1분에 2m 이동) 등 160여 가지의 장비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지난해 실시한 92가지의 시험평가에서도 HMS와 ROV초음파 카메라를 제외한 다른 항목은 모두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수심 91m까지 내려갈 수 있는 잠수사이송장치와 감압장치인 챔버, ROV에 장착된 광학카메라, 100m 이상 물을 뿌려 불을 끌 수 있는 소화건 등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통영함은 함장이 "양현 앞으로 전속력!"이라는 지시를 하자 43㎞(23노트)까지 속력을 냈다. 박 함장은 "통영함은 6천마력의 디젤 엔진 4개가 탑재돼 최고 21노트(39㎞)의 속력을 내도록 설계가 돼 있다"며 "설계한 것보다 더 속력을 낼 수도 있고, 진해에서 출발할 경우 가장 먼 거리인 백령도까지 20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좌우 각각 300m의 해저를 촬영할 수 있는 사이드스캔 소나 역시 선명한 화질을보여줬다. 이병권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소장)은 "HMS와 ROV초음파 카메라가 없어도 퇴역시기를 이미 넘긴 광양함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광양함의주요 장비들이 노후화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통영함 인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는 28일 합동참모회의에 통영함의 해군 인도 안건을 상정하는방안을 추진 중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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