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요우커]13. 중국어 콜 받으면, 미역국 조리법까지 알려준다

아시아경제 빅시리즈 #13. 관광안내전화 '1330' 상담원의 24시

상담전화 4건 중 1건이 중국인 관광객단풍축제 땐 9월부터 문의 들어와 가전 AS센터 안내하거나 대신 사과하기도

한국관광공사 '1330' 콜센터의 중국어 담당 안내원들이 중국인 관광객과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관광안내전화 '1330'은 내ㆍ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국내 여행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고 통역 서비스와 불편신고 접수 등을 하는 콜센터다. 2005년 전문콜센터로 문을 연 이후 24시간 연중무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국어를 지원한다. 최근 요우커의 급증으로 이들의 상담전화도 크게 늘어 총 32명의 상담원 가운데 10명이 중국어를 담당하고 있다. 1330 상담원들을 만나 그들이 지켜본 요우커에 대해 들어봤다."아내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서 병원에 왔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아요. 한국말로 의사에게 아내의 상태를 설명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도와주세요!"지난 9월의 어느 새벽, 관광안내전화 '1330'에 한 중국인 여행객으로부터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저편 중국인 남성은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던 아내가 발작 증세를 보여 근처 병원 응급실로 옮겼지만 의료진과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담당 의사도 환자의 병명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어 난감하긴 마찬가지. 이때 1330 상담원이 이들 사이의 동시통역사가 돼 줬고, 다행히 여성은 즉시 치료를 받아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당시 전화를 받은 중국어담당 상담원 복수진(27)씨는 "새벽엔 이처럼 긴급하게 걸려오는 전화가 많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면서 "1330번 덕분에 중국인 여행객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1330은 최근 요우커의 급증으로 중국어 상담전화가 꾸준히 늘어 전담 상담원을 늘리기도 했다. 윤정희 1330 총괄 매니저는 "콜센터 개국 초반에는 중국어 담당 상담원은 3명이었지만 요우커가 급증하면서 3배 이상 늘었다"며 "최근 일본인 관광객의 상담 건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일본어 담당자 1명을 줄이는 등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올해 1330으로 걸려온 전화를 분석한 결과 4건 중 1건은 중화권 여행객의 상담전화였다. 중국어 상담 건수는 지난 10월까지 총 6만1409건으로 전체의 25.7%에 달했다. 2012년에는 13.8%, 2013년엔 19.6%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상담 건수를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 8월(8468건)에 가장 많았고, 중국 노동절 연휴가 낀 5월(7405건), 국경절 연휴기간이 포함된 10월(7271건)이 뒤따랐다. 중국어 상담원 1명당 하루 20건 이상을 받은 것이다.특히 지난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10월1~7일) 동안 걸려온 전화 2795건을 내용별로 살펴보니 통역 요청이 42%로 가장 많이 접수됐다. 그 다음으로는 관광지(7%)와 교통(6%), 쇼핑(5%) 등에 대한 상담이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상담원이 모두 통화 중이어서 전화를 끊은 경우도 29%에 달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모두 소화하지 못할 만큼 상담이 폭증했다는 얘기다.◆요우커 불편 1위는 '언어문제'…국제전화로도 상담= 한국 여행을 온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점은 무엇일까. 1330 중국어 담당 상담원들은 요우커의 고충 1위로 '언어소통'을 꼽았다. 통역 요청 상담이 많은 이유라고도 볼 수 있다. 앞서 본 사례처럼 중국인 관광객들은 위급하거나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1330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예를 들어 길을 잃었거나 택시 안에서 목적지를 설명할 때, 숙박업소 예약을 할 때, 여행 도중 지갑, 여권, 카메라 등 소지품을 잃어버린 경우에도 1330에 SOS를 치는 것이다.그렇다고 한국에 있는 요우커들만 1330을 이용하는 건 아니다. 한국 여행을 준비하는 중국인들이 관광지 문의를 위해 현지에서 국제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3년 전부터 대만에서 매년 1330 체험콜 행사를 진행해왔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현지 홍보를 한 적이 없다. 즉 여행을 다녀간 중국인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1330이 알려진 것이다."국제전화는 요금 부담이 클 텐데 관광코스부터 숙박, 대중교통 이용 방법 등까지 한국 여행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요구하는 중국인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내장산 단풍축제(11월)을 앞두곤 9월부터 상담 전화가 걸려오죠. 요즘엔 스키장 개장일과 위치, 예약 방법을 묻는 전화를 자주 받아요." 윤총괄 매니저의 설명이다.최근 자유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지방의 숨은 명소를 알려달라는 문의가 많아졌다. 또한 드라마 촬영지를 비롯해 한류 스타들의 지인, 가족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물어보는 전화도 종종 걸려온다고 한다. 6년 경력의 상담원 조윤정(37)씨는 "예전에는 한국어 콜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요즘에는 한국어보다 중국어 콜을 더 많이 받고 있다"며 "제주도 날씨가 궁금하거나 비가 오는 날 실내 구경할 만한 곳이 어딘지 등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요우커들은 한국 내 지역명을 중국어 발음으로 바꿔 부르곤 하는데, 이는 상담원들을 가장 난감하게 만드는 경우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압구정역은 '샤오팅잔(狎鷗亭驛)', 쉐라톤 호텔은 '시라이덩 판디엔(喜來登飯店)', 제주도 외돌개는 '두리얀(獨立巖)'으로 부른다고 한다. 언뜻 들었을 때 연관이 되지 않아 고도의 추리력을 요한다는 것. 이 때문에 조씨의 책상 위에는 중국어로 바꾼 명칭을 비롯해 관광지가 적힌 지역별 지도가 수십 장 꽂혀 있고, 파티션 벽면에는 세금환급 받는 방법부터 여권을 분실했을 때 행동 요령 등 여행안내에 필요한 자료가 빽빽이 붙어 있다. 원활한 업무를 위해 상담원 대부분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지 신문을 읽거나 통ㆍ번역 공부도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 1330 홍보단을 꾸려 인천국제공항과 명동 등지에서 체험행사를 벌이기도 했다.택시기사-숙박업소 주인과의 실랑이 해결하기도감사 이메일 받으면 쌓였던 스트레스 사라져 요우커에 "가이드 연락처는 꼭 휴대하라"고 조언

한국관광공사 '1330' 콜센터의 중국어 담당 안내원이 중국인 관광객과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해결사'ㆍ'고충처리인'…1330의 또 다른 이름= 조씨는 지난해 서울로 단체관광을 온 중국인 남성이 일행을 잃고 졸지에 '미아'가 될 뻔한 아찔한 사건을 기억한다고 했다. 당시 그 남성은 가이드 이름과 연락처도 모르고, 숙소가 어딘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등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태였다. 길을 헤매다 여의도의 한 빌딩으로 들어간 그를 발견한 건물 관리인이 1330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일행을 찾을 확률은 매우 희박한 상황. 조씨가 신고를 접수한 지 몇 분이 지났을까, 경찰서로부터 반가운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중국인 관광객 한 명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이드의 신고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렇듯 1330은 경찰과 공조를 통해 여행객들이 당한 사건들을 처리하기도 한다.상담원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식당 메뉴를 설명해주는 소소한 일부터 쇼핑 도우미, 고충 처리인 역할까지 도맡는다. 상담원 손수진씨는 "한 중국인 여성이 임산부에게 미역을 먹이면 좋다는 말을 듣고 일단 구입은 했는데, 어떻게 먹는 것인지 모른다고 해서 미역국 끓이는 법을 직접 설명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백화점에서 전기밥솥을 구입할 때 제품 성능과 장단점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한국에서 사간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고 본사나 애프터서비스(AS)센터를 안내해준 경험도 있다."1330 상담원들은 통역사일 뿐만 아니라, 가끔은 가전제품 판매원, 미용실, 숙박업소, 택시회사 직원까지 되기도 해요. 해당 업체가 잘못을 저지르면 대신 사과도 하고, 해명도 해야 하고요."(웃음)그렇지만 도움을 받은 여행객들로부터 감사의 글이나 선물을 받을 땐 쌓였던 스트레스도 눈 녹듯 사라진다. 지난 7월 한 중국인 관광객은 중국으로 돌아가는 국제여객선 티켓 예매를 도와준 복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인터넷 예매를 돕기 위해 상담원이 국제여객선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문장을 일일이 번역을 해줬다"며 "상담이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지만 끝까지 인내심을 잃지 않고 세심하게 설명해준 덕분에 성공적으로 표를 사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다 보니 내국인들과의 여러 가지 마찰로 쓴웃음 짓게 하는 해프닝도 벌어진다고 한다. 한 상담원은 "택시 바가지요금에 당하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있지만, 떼를 쓰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인이 피해 보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택시기사가 일부러 길을 돌아 요금이 많이 나왔다고 우기는 경우인데, 이는 대부분 숙소에서 한 장소로 갈 때 요금과 되돌아 올 때 요금이 차이가 난 때라고. 같은 거리라도 교통상황에 따라 요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일부 요우커의 생활 범죄도 이들의 상담 항목에 종종 등장한다. 최근 요우커들의 지하철 부정승차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데, 승차권을 잃어버렸다거나 어린이용 승차권을 구매하고 잘 몰라서 그랬다고 시치미를 뗄 때는 역무원과 여행객 사이에서 통역을 하느라 진땀을 뺀다고. 또 한 중국 여성 관광객이 술에 취해 택시를 탔다가 구토를 하고선 오히려 택시 기사를 위협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여성은 끝내 경찰서로 연행됐다고 한다.1330 중국어 상담원들은 요우커들에게 안전한 여행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조씨는 "단체관광객이라면 최소한 가이드 연락처, 숙소 이름과 전화번호 정도는 꼭 휴대하고 다니는 게 좋다"고 조언하며 "값을 속이거나 바가지요금을 부르는 경우가 많지는 않으니 무턱대고 의심부터 하지 말라"고 전했다.<기획취재팀>취재=김보경ㆍ김민영ㆍ주상돈 기자 bkly477@사진=윤동주 기자 doso7@통역=최정화ㆍ옌츠리무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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