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vs 日, 인도 고속철 놓고 '거국적' 승부

중국 '비용 절반에 기간도 단축'… 일본 '中 사고 전력' 안전 강조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인도 고속철을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전방위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낮은 원가와 빠른 공기를 앞세운다. 일본은 중국 고속철 사고를 들어 자국 시스템의 안전성을 내세운다. 고속철은 수주 규모도 규모지만 건설한 뒤에도 운영시스템 지원과 유지·관리 등에서 계속 수익을 낼 수 있다. 특히 인도 수주는 향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따내는 발판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 고속철. 사진=블룸버그

경제가 20여년 동안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일본이 특히 인도 고속철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 기업, 나아가 일본 경제의 부활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고 인도 고속철을 평가했다. 최근 산케이와 중국 인민일보·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 등 일본과 중국의 매체는 자국이 인도에 더 유리하게 고속철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인도 고속철 사업에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가 아니라 아예 끼지도 못하는 처지다. ◆中 가격, 日 안전 강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웹사이트인 인민망은 최근 일본어판에서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이 고속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며 베이징대학과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의 견해를 인용해 "가격 측면에서 생각하면 중국의 고속철도가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인민망 한국어판은 중국의 고속철 건설 비용은 외국에 비해 적어도 3분의 1, 많게는 2분의 1 저렴하다고 보도했다. 고속철 비용은 철도차량과 철로 건설로 나뉜다. 중국 철도차량 제작업체 중 하나인 난처(南車)그룹 관계자는 시속 300㎞로 운행되는 고속열차의 경우 중국 차량이 외국 차량보다 약 30% 저렴하다고 말했다. 인민망 한국어판은 또 외국은 고속철로 ㎞당 5000만달러를 들이지만 중국은 3300만달러면 건설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산케이는 "중국 고속철의 가격이 싼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인정한다.

일본 신칸센 고속철도. 사진=블룸버그

일본은 그러나 오랜 기간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하면 일본 고속철이 비싸지 않다고 주장한다. JR동일본의 도미타 데츠로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일본 신칸센(新幹線)은 30년, 40년 운행기간 유지보수를 포함하면 결코 높지 않다"고 말했다. 도미타 사장은 "일본 철도회사는 세계적으로 운영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매우 뛰어나다"면서 "그런 힘을 설득하고 국제 경쟁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특히 기술과 안전에서 자국이 앞선다며 중국 고속철 사고를 상기시킨다. 중국 저장(浙江)성 원조우(溫州)시에서 2011년 7월 발생한 고속철 충돌·탈선 사고로 40명이 숨지고 192명이 부상했다. 산케이는 "중국은 기술 성숙도와 안전 측면에서 큰 물음표가 붙는다"고 지적했다. 산케이는 이어 일본의 철도 인프라는 정확한 운행을 실현하는 시스템과 노하우로 세계의 첨단을 달린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최근 인도 철도부 간부들을 일본에 초청해 신칸센 운행 상황을 직접 보여줬다. ◆양국 정상의 역점 사업= 인도 고속철을 따내기 위해 중국과 일본은 최근 연달아 정상외교를 벌였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지난 9월1일 도쿄(東京)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향후 5년간 인도에 3조5000엔을 투자·융자해 진출 기업 수를 두 배로 키우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같은 달 18일 뉴델리에서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앞으로 5년 동안 인도에 2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는 인도의 기존 철도 고속화나 신설 고속철에 대해 중국이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도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즐긴다. 모디 총리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고속철) 참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은 자금 지원과 기술 이전 등에서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국유은행이 해외 프로젝트에 대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체제를 가동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철도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국책 금융회사의 지원을 연계하는 것이 일본의 강점 중 하나"라고 든다. 양국 모두 자국 고속철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한 실적이 있다. 일본은 2007년 대만에 신칸센과 그 시스템을 수출했다. 중국은 터키에서 공사를 진행했다. 중국 기업이 맡아 건설한 터키 앙카라와 이스탄불을 연결하는 고속철도의 제2기 공사 구간이 지난 7월 개통됐다. 중국은 멕시코 고속철도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 인민망 한국어판에 따르면 멕시코 고속철 사업은 8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경쟁입찰이 진행됐지만 관심을 보인 세계 16개 기업이 모두 입찰을 취소해 중국철도건축총공사(CRCC)만 남게 됐다. <H3>인도 전역 연결하는 초대형 사업</H3>인도 고속철도는 수도 뉴델리에서 서부 공업도시 아메다바드,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를 거쳐 남부 첸나이와 동부 콜카타를 돌아 뉴델리로 돌아오는 환상(環狀)노선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인도는 이 환상노선을 7개 노선으로 나눠 건설해 전국을 고속철도로 연결할 계획이다. 고속철 프로젝트는 이 환상노선 상에 있는 기존 철도를 고속화하는 사업을 포함해 추진된다.

.

인도가 추진하는 고속철 중 가장 먼저 건설될 노선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출신지인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와 뭄바이를 잇는 약 520㎞ 구간이다. JR동일본을 비롯해 일본 철도 사업자 10개사가 출자한 일본컨설턴트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지난해 12월 이 구간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수주해 내년 7월까지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타당성 조사는 수요를 예측하고 사업비를 산출하며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타당성 조사가 사업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