렁춘잉 행정장관 사임 요구 거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홍콩 민주화 시위가 5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중국의 외교 수장들이 정면충돌했다. 포문을 먼저 연 쪽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다.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이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 회동을 앞두고 "오늘 논의할 의제 중 홍콩 시위 문제가 들어 있다"면서 "중국도 알다시피 미국은 홍콩 시민의 보편적 참정권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홍콩 당국이 강경 진압을 자제하고 시위대가 평화적으로 견해를 표출할 수 있도록 존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그동안 미국은 정부 대변인 발언으로 시위대 지지 입장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중국 외교수장 앞에서 공식 입장을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에 왕 부장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홍콩 문제가 중국 내부의 문제이며 모든 국가는 중국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어떤 나라나 사회, 개인도 공공질서 위반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는 미국과 홍콩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케리 장관과 왕 부장은 다음 달 초순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이날 만났다. 그러나 홍콩 시위와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홍콩 시위대는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며 1일에도 거리로 나섰다.AP통신에 따르면 홍콩 8개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의 천아오휘(岑敖暉) 부비서장은 "렁 장관 아닌 중국 중앙정부 당국자와 대화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홍콩 기본법'에 대해 강조하며 사실상 시위대의 요구를 묵살했다.홍콩 안팎에서 렁 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로마가톨릭교회 홍콩 교구의 천르쥔(陳日軍) 추기경은 2일 "가톨릭에서 퇴진이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지금 렁 장관의 퇴진 없이는 아무 것도 결론날 수 없다"고 말했다.홍콩 경찰이 지난달 28일 정부 청사 앞 도로를 점거한 시민들에게 최루탄까지 쏜 것과 관련해 천 추기경은 "약간의 잘못을 했다고 시민에게 최루탄까지 쏜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이제 상황은 되돌릴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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