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최근 국회에서 가장 속이 타는 사람 중 한 명은 바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직을 걸겠다"던 세월호특별법 제정은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고, 그가 이끌고 있는 19대 후반기 국회는 법안처리 0건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 중이다.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인 이 원내대표가 느낄 정치적 부담은 여느 정치인보다 클 수 밖에 없다. 측근들은 "속이 탄다", "밤잠도 설친다", "피가 마른다",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한다.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 정국을 거치며 몸무게도 줄었다고 한다. 이 원내대표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 비해 비교적 원활한 원내 운영을 해왔다. 그는 충청 출신으로 당내 기반이 약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당내 선거에 부담을 느낀 여당이 지난 5월 후반기 첫 원내대표 선출방식으로 '경선'이 아닌 '추대'를 선택하면서 비교적 쉽게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 자리를 꿰찼다. 황우여 전 대표가 5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부터 7월 김무성 대표가 취임할 때까지는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며 집권 여당의 총사령탑 역할까지 맡았었다. 그러나 눈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불리한 정국에서 6ㆍ4 지방선거를 치러야 했고, 최근 몇 년 새 가장 치열하게 경쟁했던 7ㆍ14 전당대회도 관리해야 했다. 당내 기반이 약하고 친박근혜계 색채조차 옅은 그는 지방선거에서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며 돌파했고, 전당대회 때에도 세월호 정국으로 인해 각 후보 진영이 극한 대립을 피하면서 비교적 순탄하게 넘겼다. 세월호 정국도 지난달 중순까지는 순항했다. 지난달 19일 이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와 마라톤 회의 끝에 '2차 합의안'을 도출했다. 핵심 쟁점이던 특별검사 추천권 중 여당 몫 2명에 대해 세월호 사고 유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받아 추천하기로 양보하며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내 율사 출신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지만 "직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쳤고, 김 대표가 지원사격을 하면서 당내 추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야당이 합의안을 깨면서 상황은 꼬였다. 세월호 유가족과도 직접 만나 합의점을 찾으려 했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지원사격을 해주던 김 대표는 세월호 정국에서 손을 떼고 민생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공개회의에서 "이번 주말까지 합의해 주기 바란다"며 '처리 압박'까지 하고 있다. 청와대도 세월호 문제에 거리를 두면서 이 원내대표가 낼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국회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책임론도 가중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통과만 남은 90여개의 민생ㆍ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요청했지만 정 의장으로부터 "여야가 빨리 합의를 하라"는 답변만 들었다. 상황이 이렇자 당내에선 "정치적 외톨이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최근 세월호특별법 문제와 국회 공전 사태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부터 먼저 꺼낸다. 다른 현안에 대해선 언급할 여력도 없다고 한다. 당 고위 관계자는 "세월호 정국을 풀려면 청와대와 당은 이 원내대표에게 재량권부터 줘야 하고 야당은 입장 정리부터 해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여야 행보를 보면 쉽지 않은 문제다. 코너에 몰린 이 원내대표가 어떤 카드로 현 정국을 돌파할까. 그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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