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의 자치통신]‘도서관 구청장’ 유종필 관악구청장의 인문학 사랑

지식 혜택 모든 주민에게 골고루 주기 위해 작은도서관 43개로 늘리고 인문학 분위기 조성 위해 다양한 서비스 시행, 주민들 책 읽는 분위기 점차 조성돼 해외 언론도 반응 보여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도서관 구청장’이란 멋진 별명을 갖고 있다. 유 구청장은 민선 5기 관악구청장에 취임한 이후 4년 동안 38개의 작은 도서관을 새로 만들었다. 5개 이던 도서관을 43개로 늘렸다.도서관 만들기 붐은 전국 자치단체로 퍼져 유종필 구청장은 ‘도서관 구청장’이란 확실한 자기 브랜드를 만들었다.그는 이제 어느 곳에 가든 ‘도서관 구청장’ ‘책 읽는 구청장’으로 불린다. ◆유종필 관악구청장 ‘도서관 구청장’ 된 사연?관악구하면 봉천동 등 달동네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국내 최고 서울대학교가 관악구로 옮겨온 지 벌써 수십년 됐지만 관악구는 좀처럼 종전 지역 이미지를 탈피하기 어려워 보인다.지금도 한 해 관악구내 고교에서 서울대학교에 들어가는 숫자가 한 자리이고 보면 관악구는 여전히 서울대와는 한참 거리가 먼 지역이기도 해 보인다.

유종필 관악구청장

이런 지역적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듯 유 구청장은 구청장 취임 이후 관악구를 ‘책 읽는 도시’ ‘인문학 도시’로 만들기 위해 ‘걸어서 10분거리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에 적극 나섰다.관악구청 1층에 가면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이란 예쁜 도서관이 주민을 반긴다.어린 아이와 함께 온 엄마, 할아버지 등이 책을 읽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관공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이 도서관은 유 구청장 지인인 문주현 한국자산신탁 회장이 1억원을 기탁해 건립된 ‘관악구의 명물 도서관’으로 자리 잡았다.이 도서관에서는 ‘시와 음악이 있는 인문학 콘서트’가 종종 열린다.또 ‘관악산 시도서관’ ‘낙성대공원도서관’ 등 멋진 도서관들이 곳곳에 있다.기자가 낙성대공원도서관을 취재갔을 땐 30대 엄마가 어린 아이와 함께 누워서 동화를 읽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 엄마는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갈 때쯤에는 인근 방배동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악구에 이런 좋은 도서관이 많이 생겨 굳이 이사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하는 것을 볼 때 관악구 주민들에게 도서관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도서관이 사람을 만든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하버드대학도,어머니도, 조국도 아닌 바로 집 근처 도서관”이라고 말하는 것을 봐도 도서관은 인간에게 영혼을 살찌게 하는 집이다.신문기자, 방송작가, 민주당 대변인을 거쳐 차관급인 국회도서관장을 지내는 등 늘 책과 함께 살아왔던 유 구청장이 관악구청장에 도전하면서 내세운 가장 중요한 공약이 바로 도서관 건립이었다.

민선 6기 유종필 관악구청장 취임식

그는 “ 우리 구는 도심재개발사업 및 상습수재지역주민 강제이주 정책에 따른 이주민 집단정착지로 도시가 형성돼 도시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 또 전체 면적의 59.7%가 공원녹지로 개발 가능한 토지가 전혀 없어 산업시설을 유치하는 등 지역개발사업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고민 끝에 주민 소득을 일시에 올려주거나 갑자기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이런 고민 끝에 그가 찾아낸 답은 바로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지식복지사업’을 통한 ‘지식문화도시 조성’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지식복지사업으로는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인문학 대중화’, ‘대학협력사업’, ‘평생학습’에 중점을 두었다.그리고 이들 사업은 서울대는 지역자원을 활용하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유 구청장은 “‘지식복지’는 관악구가 처음 도입한 복지 개념으로 햇볕이 모든 사람을 골고루 비추듯이 지식의 혜택을 주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풀어냈다.◆5개 도서관을 43개로 늘린 저력? 그는 관악구청장 취임 전부터 도서관 상황을 파악해보니 겨우 5개에 불과했다.이후 작은 비용으로 지하철역 ‘무인 유비쿼터스 도서관’ 5개를 포함해 모두 43개의 도서관을 만들어냈다. 4년간 38개의 도서관을 조성한 것이다.특히 유 구청장은 도서관을 만들면서 모두 기존 시설을 활용해 건축비 부담을 줄였다.기능이 상실한 관악산 매표소를 활용한 ‘관악산 시도서관’, 구청 1층 민원실 공간을 이용한 ‘용꿈꾸는 작은도서관’, 공원 자투리 공간에 폐컨테이너를 이용해 만든 ‘낙성대공원도서관’, '도림천에서 용나는 도서관' 등 유휴· 여유공간을 활용해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또 사서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도서관운영에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운영비 부담도 대폭 줄이고 있다.게다가 도서관은 아무리 시설이 좋고 훌륭해도 멀리 있으면 잘 이용하지 않는 점을 들어 집 가까이에 있어 이웃에 마실가듯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관악구는 38개 도서관이 동네 구석구석을 촘촘하게 연결하고 있고 지하철역 5개소에 유비쿼터스 도서관이 설치돼 있어 집에서 10분만 걸으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이와 함께 39개 도서관의 모든 자료를 통합전산망으로 연계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신청하면 원하는 곳으로 배달해주는 책배달서비스가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3대의 책배달 차량이 하루 종일 지역 주민을 찾아 순회하고 있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일일동장으로 도서관에 들러 책 읽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업 초기에는 유 구청장도 애를 먹었다. 사업초기 일부 주민들이 지역개발사업은 안하고 도서관에만 돈을 쓴다고 비난했다. 지난 6.4지방선거 과정에도 상대 후보 중 이런 얘기를 하며 유 구청장을 공격하기도 했다.그러나 관악구민들은 유 구청장의 지식복지도시 조성을 위한 진정성을 믿고 이번 선거에서 6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었다. 유 구청장은 “그동안 도서관사업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모양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책 읽는 문화 확산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주력해 명실상부한 ‘도서관도시’로 위상을 다져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일본 중국 등에서도 관악구 도서관 사업 관심 보여 그가 관악구를 지식문화도시로 만드는 작업들 한 후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일본과 중국 등에서 여러 차례 우리 구 ‘지식복지사업’을 견학하기 위해 방문했다.특히 지난 8월 ‘일본 희망제작소’ 관계자 17명이 관악구를 방문해 도서관과 교육지원사업, 평생학습 실태를 둘러보고 도서관, 175교육지원, 대학협력사업 등에 큰 관심을 보이며 사업성과에 놀라움을 표했다.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일본 세타가야구와 내몽고 자치구 관계자들이 관악구 도서관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3차례 방문했다.또 지난 5월 중국 국영 CCTV는 ‘전철역으로 옮겨 놓은 한국의 도서관’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통해 책배달 서비스와 ‘걸어서 10분거리 도서관’을 완성해 가는 관악구의 도서관사업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신문과 주니치신문이 ‘도서관 증설, 지(知)를 가까이’라는 제목으로 관악구의 독서분위기와 10분거리 작은도서관 사업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관악구 주민들 책 읽는 분위기 조성 관악구 작은도서관 건립을 통해 주민들 실제 생활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관악구 도서관 회원이 2010년 7만3000명이던 것이 2014년9월13일 현재 13만1000명으로 눈부시게 늘었다.또 지난 한 해 상호대차서비스로 배달된 책이 25만7000권이나 될 정도다.그리고 지역 독서동아리가 45개나 활동 중이다.관악구청 앞에 구두수선소를 운영하는 부부는 한 달에 20권이 넘는 책을 관악구청1층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고 있을 정도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6.4지방선거 과정에서 매일 후보 일기를 써 펴낸 책자 '잘난체 하시네'

이 부부는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생겨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 너무 좋다. 커다란 개인서재가 생긴 기분”이라고 유 구청장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유 구청장은 “지역순찰 중에 만났던 건강음료 배달하는 아주머니도 ‘작은 도서관이 생겨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하더라면서 “지역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취임 이후 ‘인문학 전도사’로서 ‘세계의 도서관’ ‘남과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등 베스트셀러 책을 펴내고 총 64번의 인문학 강의를 했다.지난 6.4지방선거 운동 중에는 매일 ‘후보 일기’를 써 많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유 구청장 “관악구, 인문학 메카 만들겠다”유 구청장은 앞으로 관악구를 '인문학 메카'로 만들겠다는 다부진 꿈을 갖고 있다.그는 “관악구는 ‘인문학 도시’ 조성을 구의 최대 역점사업으로 정하고 올해 안에 ‘인문학 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하고 ‘인문학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또 매주 1회 이상 인문학 강연을 개최할 예정다.인문학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찾아가는 인문학서비스’도 시행할 계획이다.그는 “인프라가 갖춰진 도서관과 평생학습관, 내년에 개관하는 교육문화센터 등을 인문학 대중화 거점으로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이런 유 구청장의 인문학 도시 조성 움직임은 구청에서도 쉽게 볼 수있다. 관악구는 직원 정례조례를 ‘테드식 직원강연’으로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 간 인문학적 지식을 공유하는 지식나눔 발표회다. 지금까지 1회에 4~5명씩 총 36명이 연사가 돼 강연을 해 왔다.또 구에서 시행하는 인문학 강좌에 많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해 총 12회의 강연을 펼친 ‘서양고전 인간을 말하다’에 150여명이 직원이 매회 빠짐없이 참여했다.유 구청장이 인문학 전도사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유종필 관악구청장 인문학 특강

그는 “인류역사는 꿈과 상상력의 산물이고 자연과학도 상상력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그리고 꿈과 상상력은 원천은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인문학을 통해 청소년들은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융합적 인재로 성장하는 기틀을 다질 수 있고, 성인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유 구청장의 인문학 사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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