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어느 한 신부의 한탄이다. "마티즈냐 쏘울이냐를 놓고 논란을 펼치는 세속적 관심이 당혹스럽다. 그런 관심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교황은 검소하고 소박하다. 또한 소외받고 가난한 이들과 늘 함께한다. 따라서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은 차'가 어떤 종류인가보다는 왜 작은 차에 타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 여론의 선정성이 가슴 아프다." 작년 3월 교황 선임 첫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들과의 만찬을 위해 '성녀 마르타의 집'으로 이동할 때다. 교황은 관례상 따로 전용 리무진 승용차를 탄다. 헌데 미니버스로 먼저 도착, 새 교황을 기다리던 추기경들 앞에 깜짝 놀랄 일이 펼쳐졌다. 만찬장 입구에 서성이던 추기경들은 마지막 미니버스에서 다른 추기경들과 이야기하며 내려서는 교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급 승용차와 특별한 의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자주 목격된다. 대형 의전용 승용차보다는 폴크스바겐이 만든 낡고 작은 승용차를 즐겨 탄다. 작년 9월 교황의 검소함에 감동한 이탈리아의 렌초 초카 신부가 교황에게 자신이 몰던 흰색 르노4를 선물했다. 이 차는 출고된 뒤 20년이 지난 소형차였다. 그나마도 주행거리가 30만km가 넘은 것이었다. 르노4는 교황이 아르헨티나에 머물던 시절 몰고 다닌 모델로 현재는 단종된 차종이다. 앞서 교황은 7월 바티칸을 순례하러 온 신부들과 가진 세미나에서 "사제나 수녀들이 새 차를 가진 것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며 "자동차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제들은 더 많이 봉사하고 많이 움직이되 검소한 차를 갖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이정주 신부(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는 8일 "교황 행사는 교황의 메시지 중심으로 이뤄지므로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 줄 것"을 주문했다. 사실상 교황이 차에 탈 시간은 지극히 짧다. 대전·충남 당진, 해미 등 내포지역·음성꽃동네·서울 광화문 등지로 흩어진 각 행사장으로의 이동은 전용 헬기를 이용한다. 자동차는 행사장 내 수십 혹은 수백m를 이동하는데 쓰일 뿐이다. 이에 이 신부는 평소 청빈한 생활이 몸에 밴 교황의 면모와 그에 깃든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작은 것에 대한 사랑'은 신약성경 복음서에 언급되는 ‘작은 이들’ 곧 불우하고 소외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들과 소박한 삶에 대한 사랑을 내포한다.한국 방한이 이뤄진 경위를 보면 교황의 성품이 더욱 잘 드러난다. 2013년 가을, 유흥식 주교(천주교 대전교구장)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편지에는 아시아청년대회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세계청년대회 참가자는 300만명이었습니다. 내년에 열릴 아시아 청년대회의 참가자는 불과 2000여명, 한국 참가자를 제외하면 1000여명입니다. 그래도 오시겠습니까?” (편지 원문 중 일부) 이에 교황의 답변이 왔다. “이 편지, 정말 마음에 든다. 편지를 읽는 순간 가슴이 뛰면서 한국에 가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느꼈다”는 내용이다. 즉 이번 방한에서 교황이 참가인원이 2000명에 불과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 신부는 "교황의 많은 메시지에는 물질 만능과 이기주의, 무책임한 세상에 윤리적·영적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메시지에 주목할 것과 함께 ▲교황이 신자들을 직접 만나고 눈을 마주치는 것이 핵심임을 유념해줄 것 ▲미사와 기도의 엄숙함을 존중해줄 것 등을 당부했다. 한편 교황은 한국 방문 동안 아시아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8월15일 대전 가톨릭대학교에서의 '아시아청년들과의 오찬' ▲같은 날 오후 솔뫼성자에서의 '젊은이들과의 만남' ▲17일 오후 서산 해미읍성에서의 교황 집전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 등이 진행된다. 이와 별도로 16일 광화문광장에서의 집전. 17일 오전 '아시아 주교 50인과의 오찬' 등도 예정돼 있다. 또한 아시아청년대회에는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도 초청된다. 15일 대전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행사에서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에 다시 한번 슬픔과 위로를 전할 예정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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