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飛韓落? 무서운 추격자, 이미 판을 뒤집고 있다"'짝퉁폰' 만들던 중국 제조사의 급성장더 이상 디자인·사양 차별점 없어…가격도 삼성·LG 절반 수준글로벌 폰시장 이미 포화상태…"하드웨어 변화로는 위기 못 벗어나"[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어서오세요, 고객님. 스마트폰 보시려고요? A폰 먼저 소개해드릴게요. A폰에는 5.1인치 풀HD 화면이 적용됐어요. 선명하죠. 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801에요. 잘 돌아가고요. 카메라는 1600만화소에 아이소셀 방식이 적용돼 쌩쌩 달리는 자동차도 찍을 수 있어요. 배터리는 2800밀리암페어아워(mAh)라 하루 종일 써도 끄떡없고요.아아, B폰 보시는 구나. B폰도 크기 하고 해상도가 비슷해요. 5.0인치 풀HD 화면이죠. '두뇌'는 이 회사에서 직접 만든 하이실리콘 기린 920 옥타코어 프로세서가 들어갔는데요, 롱텀에볼루션(LTE) 카테고리6(Cat6)가 지원돼요. 인터넷 같은 네트워크 서비스 속도가 빠르단 얘기죠. 카메라는 1300만화소 오토포커스, 듀얼 발광다이오드(LED) 플래시 카메라 기능이 추가됐고 배터리는 3100mAh에요. 아까 보신 A폰과 마찬가지로 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 킷캣이죠.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나고객씨는 난감하다. 미세한 차이가 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나고객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특별히 민감하게 고려하는 사항이 없다. 전화 잘되고 인터넷 답답하지 않게 이용할 수 있으면 오케이다. 외형이 잘 빠졌다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진열대 위에 놓인 A폰과 B폰은 모두 나고객씨가 보기에 매끈하다. 결국 나고객씨는 판매점 직원에게 묻는다. "얼마에요?"◆"2년 전 1등의 여유, 지금은…"=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올해 상반기 각 제조사의 스마트폰 라인업을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A폰과 B폰이 각각 어느 제조사의 폰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A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5, B폰은 화웨이의 오너6다. 각각 올해 4월과 6월에 출시됐다. 물론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하드웨어 사양만으로는 결정하지 않는다. 디자인, 사용자환경(UX), 브랜드 가치 등이 종합된 결과물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세상이 열린 후 지금까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하드웨어의 혁신이었다. "이렇게 좋아졌는데, 이래도 안 바꿀 거야?" 유혹의 목소리는 더 이상 하드웨어 스펙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후발주자'인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과, 애플과 함께 글로벌 톱2를 수성 중인 삼성전자의 하드웨어에서 더 이상 차별점을 찾을 수 없다는 데서 답은 나와 있다. 여기에 중국 제조사들의 제품은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삼성 갤럭시S5와 비교해도 스펙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화웨이 오너6의 16GB 가격은 359.90달러다. 갤럭시S5와와 두 배가량 가격 차이가 난다. 한 해의 스마트 기기 라인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분위기에서도 한국 스마트폰의 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초만 해도 화웨이, ZTE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저 멀리 보이는 한국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빠르게 움직이는 '추격자' 이미지였다. 당시 중국업체 전시관에서 선보인 스마트폰 중에서는 중간에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제품들도 있었다. 당시 중국업체들은 한국폰 베끼기에 급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갓 2년차 샤오미는 '애플짝퉁'을 대놓고 표방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들은 "빠르게 올라오고는 있지만 삼성·LG 등 국내업체들을 위협할 존재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국내 제조업계 임원진들은 "중국 업체의 추격에 긴장된다"고 얘기했지만, 말과는 다르게 표정에는 여유가 묻어 있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중국 내수시장이 주 무대이던 레노버, 화웨이, 쿨패드, ZTE는 2011년 중국 시장에서 각각 350만대, 720만대, 510만대, 7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2011년 막 영업을 시작한 샤오미는 하반기 40만대 판매에 만족했다. 당시 중국 시장에서 10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곳은 삼성전자(1090만대)와 애플(1080만대)뿐이었다. 중국 시장 내에서 중국 로컬 업체 5곳과 삼성·애플 등 투톱의 점유율은 1대 1이었다. 전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승승장구할 때였다. 2009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휴대전화 시장에 스마트폰 새바람이 불자, 삼성전자는 2010년 갤럭시S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경쟁 채비를 갖췄다. 2010년 전 세계 시장에 239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삼성전자는 2011년 갤럭시S2와 5.3인치 큰 화면 갤럭시노트를 각각 선보이며 스마트폰 판매량 9740만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9300만대를 판매한 애플을 넘어선 것이다. 본격적으로 S시리즈를 선보인 후 2년여 만의 '역전'이었다. ◆"이대로면 한국폰 추락 피할 수 없어"= 다시 2년이 흐른 후 사정은 달라졌다. 올해 화웨이는 MWC 2014의 스폰서로 참여해 관객 모두에게 행사장 출입증이 든 목걸이를 지급했다. 붉은색 목걸이에는 화웨이 로고가 새겨져 있어 공항에서부터 삼성 일색이던 2년 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 역시 올해 이례적으로 화웨이, ZTE,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의 부스도 꼼꼼히 둘러봤다. 신 사장은 "그냥 옆에 있으니까 들른 것"이라고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둘러보는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신 사장은 "굼뜨면 죽는다"는 발언을 통해 삼성이 갖고 있는 위기의식을 에둘러 표현했다. 2년 전과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다. 올해 1분기 레노버, 샤오미, 쿨패드, 화웨이, ZTE 등 5개의 중국 로컬업체들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48.3%로 절반에 육박했다. 삼성전자(19%)·애플(8.3%) '투톱'의 합은 27.3%에 그쳤다. 중국 내 입지뿐만 아니라 중국 밖 시장에서도 위협적인 존재다. 샤오미는 대만,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로까지 시장을 확대했다. 한정된 양을 온라인으로 판매, 초도물량의 완판을 보증받는 방식의 '헝거 마케팅'을 펼쳐 성공을 거뒀다. 2012년 720만대였던 샤오미 스마트폰 판매량은 지난해 1870만대, 올해 상반기에는 2611만대로 크게 늘었다.샤오미는 갖고 싶은 물건을 쉽게 살 수 없으면 더욱더 갖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적절히 이용해 스마트폰 '홍미' 10만대를 4분 만에 팔았다. 한정수량 마케팅으로 '그래 봤자 중국폰'이라는 평가절하된 이미지에서 '갖고 싶은 폰'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를 통해 '홍미노트'는 34분 만에 10만대를 판매했으며 인도에서 미3는 38분50초 만에 준비한 물량이 매진됐다. 폰 사양도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22일 공개된 신제품 미4의 사양은 글로벌 플래그십 모델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샤오미의 내년 판매 목표는 1억대를 넘어선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2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 효과로 직전 해보다 119% 급성장한 2억1300만대 판매를 돌파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도 30%를 넘어선 이후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지난해 3억1980만대를 판매하며 점유율을 32%로 소폭 끌어올렸으나 직전 해 대비 50% 성장하면서 성장률이 꺾였다. 사정은 LG전자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4760만대를 판매해 5040만대를 판 중국기업 화웨이에 밀렸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8900만대를 판매하며 점유율이 다시 31% 수준으로 감소했다. LG전자는 1230만대를 팔아 레노버에 순위가 한 계단 더 밀려 5위에 그쳤다. 스마트폰 위기감이 제대로 반영된 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7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절대 수치로 보면 크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9조5300억원)보다 24.5% 줄어들었다는 게 문제다.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7500만대 전후로 전년 동기 7470만대와 유사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8000만대 후반선의 판매량을 기록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판매 부진이다. 간밤 애플은 이 기간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12.8% 증가한 3520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 역시 77억75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늘었다. 아이폰 신제품 효과도 없던 4~6월 애플의 판매 선방으로 삼성전자는 더욱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 내부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약의 기회를 제공한 스마트폰이 생존의 위기로 돌아온 것이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는 '사물인터넷 시대의 다음 10년'을 논하며 생존을 모색하는 한편 무선사업부를 중심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등 분위기가 결연해졌다. 갤럭시S5에 이어 또 다른 전략폰도 8월에 긴급 출시한다. 좌우 테두리에 최초로 메탈을 적용한 '갤럭시 알파(가칭)'다. 1년 단위의 전략폰 출시 시기를 부랴부랴 앞당긴 것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당초 계획보다 훨씬 공세적으로 현재 위기를 돌파해나가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전체 매출 7할이 스마트폰인 삼성전자가 기로에 서면서 '스마트폰 강국' 한국은 풍전등화 상태에 내몰렸다. 생존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서둘러야 할 때인 것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이사는 "고가폰 시장이 포화상태를 맞으며 위기가 드러난 지금이 기존 구조에서 벗어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스마트폰과 같은 하드웨어만 중시하는 분위기가 계속되면 발전은 없다"며 "결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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