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初喪)을 한자 뜻대로 풀어보면 '처음 죽다'는 뜻이다. 그럼 두번째 죽는 일도 있다는 뜻일까. 왜 굳이 죽음에 '처음'을 강조한 것일까.초상은 초종상례(初終喪禮)의 준말이다. 초종상례는 운명(殞命)할 때부터 졸곡(卒哭)까지의 상례 첫 절차를 말한다. 졸곡은 삼우(三虞)가 지난 뒤에 지내는 제사이다. 우는 일(곡)을 마친다는 의미이다. 망자가 눈감은지 석 달만에 오는 첫 정일(丁日)이나 해일(亥日)에 지내는 제사가 졸곡제이다. 초상은 그러니까 죽은 뒤 석달간에 행하는 장례예식이다. 초종(初終)은 죽음의 점잖은 표현이다. 사(死)를 쓰지 않고 종(終)을 쓰는 것은, 단순히 육체의 끝이 아니라, 삶의 공부와 수행을 마무리 지었다는 의미다.초상이란 말에 '첫'이란 의미가 붙은 까닭은, 그 이후의 상(喪)이 더 있기 때문이었다. 3개월 5개월상이 있고, 9개월상 1년상이 있고, 3년상이 있었다. 앞의 경우에는 상주가 두 끼니 혹은 세 끼니를 먹지 않으며, 3년상에는 사흘을 먹지 않았다. 이런 빈약한 식사에 따른 영양실조로 자손이 다시 죽어나가는 상황도 자주 생겼다.예전의 초상은 석달이 기본이었지만, 요즘은 사흘이 기본이다. 급할 땐 이틀이나 하루로 줄기도 한다. 망자를 보내는 일이 간소해졌다는 것은, 죽음에 대한 경배나 애통이 형식적으로 되어간다는 의미를 담는다. 물론 세상이 죽은 이를 슬퍼하면서 생업을 놓고 있기에는 너무 바쁘고 긴박하기 때문인 점도 있을 것이다.이제 상가는 따로 없으며, 병원의 장례식장이 대부분이다. 망자는 병원에서 임종한 뒤 장례식장에서 저승으로 가는 첫 이별을 짧게 겪는다. 이승을 뜨는 사람이야, 예나 지금이나 아쉽고 한스럽고 서운함이 왜 없으랴 마는, 등 떠미는 후손들 때문에 오래 머물 여유가 없다. 하기야 그들도 조만간 그런 방식으로 떠날테니 망자가 굳이 원망 따위는 하지도 않을 것이다.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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