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미스터리’, 檢 조사 거부 왜?

변호인 통해 유치장 CCTV 증거보전 신청…검찰, 혐의 입증 증거확보 주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서울 강서구 재력가 송모씨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김 의원은 수감된 구치소에서 검찰 불출석 사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김 의원은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이후 조사를 받아왔지만 이번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검찰 조사 거부의 뜻을 밝힌 셈이다. 김 의원은 친구 팽모씨를 통해 송모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팽씨 증언 이외에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이 김 의원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조사를 거부할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 의원과 변호인 측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팽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는 점에서 경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말에 의존한 수사는 말이 뒤집힐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점이 고민이다. 검찰도 신중한 자세로 사건을 파헤치고 있다. 사안이 워낙 엄중하고 민감한데다 정치적 파장도 만만찮은 사건이라는 점에서 꼼꼼하고 철저하게 의혹의 실체를 파헤쳐 혐의를 입증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오히려 혐의입증에 불리한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팽씨는 송씨를 살해한 이후 김 의원에게 “정말 미안하다” “친구를 이용해서. 내 죗값은 내가 짊어지고 간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 변호인 측은 팽씨의 단독범행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공범임을 숨기기 위한 ‘연막’이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도 팽씨의 단독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 변호인 측은 지난 6월22일 서울 강서경찰서 유치장 내부를 촬영한 CCTV 기록과 저장장치, 변호인접견실 내 동영상녹음기기, 녹음파일 등의 증거보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변호인 측이 설명한 사연은 이렇다. 김 의원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한 칸 건너 방에 있던 팽씨가 “미안하다, 내가 어떻게 진술해주면 좋겠냐”면서 소리를 지르고 연락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치장 보호관이 종이를 가져다주며 팽씨에게 연락할 것이 있으면 쓰라고 했고, 김 의원은 팽씨에게 ‘증거는 너의 진술뿐’, ‘미안하다’, ‘무조건 묵비해라’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를 유치장 보호관을 통해 전달했다. 경찰은 해당 쪽지가 김 의원이 살인을 교사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김 의원 측은 함정수사라고 반발했다. 당시 장면을 담은 CCTV를 확보해 재판 과정에서 판단을 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원 측의 이러한 행동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이를 모면하려는 방어막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 입장에서는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증거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김 의원이 계속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나설 경우 검찰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팽씨를 포함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보강 수사를 통해 살인교사 의혹을 풀어낼 증거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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