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벨기에. 그래도 약점은 있다. 공수의 조직력이 허술하다. 축구대표팀은 27일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조별리그 H조 최종경기를 한다. 하나 남은 16강 티켓이 걸린 중요한 일전이다. 벨기에는 이미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23일 리우 데 자네이루의 에스타디오 두 마라카낭에서 열린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후반 43분 터진 디보크 오리기(19·LOSC 릴)의 골에 힘입어 러시아를 1-0으로 제압했다. 알제리와의 첫 경기 2-1 승리에 이은 2연승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68) 감독은 “우리가 벨기에보다 더 잘했다”고 했다. 그는 “결정적인 장면이 두 차례나 있었지만 골을 넣은 쪽은 벨기에였다.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했다. 카펠로 감독의 말대로 벨기에는 다소 무기력했다. 경기 종료 10분여 전까지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했다. 수비진도 시종일관 허점을 노출했다. 모두 조직력이 문제였다. 이미 지난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난 문제다. 최전방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21·에버턴)는 거의 공을 잡지 못했다. 흐름을 탈 만하면 포백라인 앞에서 공을 뺏겼다. 짧은 패스보다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 협력 수비에 공격이 거듭 차단됐다. 상대가 바뀌어도 다르지 않았다. 루카쿠는 러시아 수비진 사이에서도 부진했다. 스스로의 경기력도 좋지 않았지만 동료들과의 협력 플레이가 부재했다. 전반 러시아 문전을 두들긴 건 드리스 메르턴스(27·나폴리)뿐이었다. 후방에서 날아든 롱패스를 받아 문전 오른쪽을 두들겼다. 대부분은 슈팅(3개)으로 연결됐다. 동료에게 연결한 크로스는 한 개도 없었다. 효율적인 공격은 이뤄질리 없었다. 조직력의 허점은 수비에서도 나타났다. 상대의 단독 돌파는 곧잘 막았지만 측면에서 거듭 빈틈을 노출했다. 벨기에는 이미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이 문제로 혼쭐이 난 바 있다. 전반 17분 오른쪽 윙백 다니엘 판바위턴(36·바이에른 뮌헨)이 상대 골키퍼 라이스 엠볼히(28·CSKA 소피아)의 롱패스를 차단하려다 낙하지점을 놓쳤다. 그대로 최전방의 리야드 마흐레즈(23·레스터 시티)에게 볼을 빼앗겨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다. 왼쪽 윙백 얀 페르통언(27·토트넘)의 느린 발로 선제골도 내줬다. 파우지 굴람(23·나폴리)의 크로스에 2선의 소피안 페굴리(25·발렌시아)가 빠르게 문전으로 침투했다. 페르통언은 스피드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결국 페굴리의 팔을 잡아당겼고 페널티킥을 내줬다. 마르크 빌모츠(45) 감독은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페르통언 대신 토마스 페르말런(29·아스날)을 왼쪽 윙백으로 선발 기용했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전반 31분 만에 페르통언을 다시 투입시켰다. 러시아의 공격수들은 알제리만큼 빠르지 않다. 그럼에도 충분히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특히 전반 44분에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중원 왼쪽에서 올린 데니스 글루샤코프(27·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크로스가 알렉산드르 코코린(23·디나모 모스크바)의 머리에 정확하게 맞았다.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코코린을 놓쳤다. 방향을 바꾼 슈팅은 골문 오른쪽을 살짝 빗나갔다. 러시아는 후반 36분에도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문전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안드레이 예센코(30·안지)가 왼쪽 측면에서 날아든 땅볼 크로스를 그대로 슛으로 연결했다. 슈팅은 골문 왼쪽을 살짝 벗어났다. 이때 예센코를 막는 벨기에의 수비수는 한 명도 없었다. 역습에 대한 대처가 여전히 느리고 미흡했다.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많이 치우친 탓이 컸다. 특히 마루안 펠라이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케빈 더브라위너(23·볼프스부르크)는 전반전에 거의 수비에 가담하지 않았다. 공격수나 다름없는 플레이를 일관했다. 러시아는 그렇게 벌어진 포백 앞의 공간을 계속 두들겼고, 후반전 30분 동안 점유율에서 우세를 보였다. 러시아가 공격을 주도하고 벨기에가 역습을 노리는 흐름이었다. 손흥민(22·레버쿠젠), 이청용(26·볼튼), 구자철(25·마인츠), 이근호(29·상주 상무) 등 한국의 공격수들은 러시아의 그들보다 빠르다. 역습 등에서 측면 공격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재미를 볼 수 있다. 더구나 벨기에는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졌다. 동기 부여가 크지 않아 조직력은 더 흔들릴 수 있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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