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예술을 만날 때…'돌로 생각하다'展

김경훈, Learned a cut, 57x27cm, 대리석, 사암 / 김성복, 신화, 50x19x58cm, 대리석 / 김병규, play-Agatha, 24x15x33cm, 대리석, 마천석 나무

노준진, 자연-산양, 40x42x13cm, 현무암, 오석 / 민복기, 3-2-1 출발!, 22x22x40cm, 대리석, 오석, 베어링, 스테인리스 스틸 / 박근우, 공간을 비추다, 46x18x30cm, 화강석, 아크릴, LED조명<br />

이명훈, 20121224x1440rpm, 21x16x32cm, 오석, 황등석, 임페리얼 레드, 대리석 / 이서윤, Why not?, 35x50x20cm, 도끼, 대리석, 사암 / 이선화, 우물 안 탈출기, 24x19x26cm, 사암<br />

10일까지 갤러리 일호[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호랑이 꼬리에 도깨비 방망이, 위로 솟구친 로켓이 뿜는 구름 같은 연기들, 빼곡한 빌딩 숲, 푸근한 인상의 여인 얼굴, 웅크린 고양이....... 아기자기한 이 작품들은 잘 다듬어진 돌조각들이다. 무른 성질의 흰 대리석뿐 아니라 검은색을 띠는 사암, 청색의 청석, 붉은색, 연두색 등 여러 가지 빛깔을 띠는 오석 등 그 재료는 실로 다양하다.  돌을 깎아 예술품을 만들었던 것은 르네상스 시대 다비드상을 만들었던 미켈란젤로 이전부터다. 우리나라는 이미 삼국시대부터 '돌탑의 나라'로 불려왔다. '돌'은 지극히 전통적인 조각예술의소재다.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견고한 돌을 앞에 두고 돌과 씨름하며 예술품을 만들고 있는 작가들이 있다.  성신여대 조각과 교수와 동문이 모여 '돌로 생각하다'라는 전시를 열고 있다. 20대부터 40대 이상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31명의 작가들이 한국의 전통미를 담은 조각부터 팝아트적 요소를 풍기는 작품까지 다양한 돌 조각품을 선보였다. 현대미술에서 재료와 매체가 무궁무진해지면서 오히려 돌 조각만을 전시하는 자리는 보기 드문 형편이다. 그래서인지 이 전시에서는 더욱 진한 예술적 고집이 묻어나 보였다. 특히 젊은 작가들은 돌이 갖는 내력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현대 예술과 융합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 돌조각이 현대미술의 장에 제대로 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비치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서윤(25ㆍ여) 작가는 도끼의 무서운 날이 한갓 깃털에 무뎌져버린 상태를 표현한 작품을 출품했다. 깃털은 약자를, 도끼는 사회를 의미한다. 작가는 "단단한 돌을 깎는 과정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하는데 이런 행위가 여성으로 신체적 제약을 벗어나려는 마음을 갖게 한다"며 "돌을 재료로 하는 조각을 현대미술과 잘 섞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민복기(30) 작가는 "예전엔 인체를 위주로 구상적이고 정적인 작품을 하다가 몇년 전부터는 '이동의 자유'라는 테마를 가지고 작업하고 있다"며 "돌 작업이 전통성을 띠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또한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돌 조각으로 나만의 색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 작가는 대리석, 오석, 베어링, 스테인리스스틸을 재료로 '연기를 뿜어내는 로켓'을 전시했다. 연기들은 꽃무늬 형태로 층층이 쌓아올려진 탑 모양으로 구성돼 만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조은정 미술평론가는 "소박한 형태에서 답보상태에 빠진 돌조각을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돌에 대한 탐구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 작가와의 조우는 이 세상에는 새로울 것도, 그리 오래된 것도 없다는 진리를 만나게 한다"고 평했다.  야외조각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소품으로 선보인 작품들은 일반 컬렉터들에게도 돌조각을 가깝게 다가가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기일호 갤러리일호 디렉터는 "돌을 소재로 한 작품 제작이 쉽진 않지만, 작가들은 이 전통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라며 "소품 위주로 나온 작품들은 보통 100만~500만원대로 상대적으로 부담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10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 갤러리 일호. 02-6014-6677.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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