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트윈스'…'장원준'에게서 '주형광'을 보다

쏙 빼닮은 10년 터울 왼손 에이스…부산 팬들 '제2의 주형광, 부상만은 닮지 마라'

현역 시절 주형광 불펜코치(왼쪽)와 장원준[사진 제공=롯데 자이언츠]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프로야구 롯데 팬들에게 장원준(29)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2004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1차 지명을 받은 뒤 성적은 꾸준히 상향곡선을 그렸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매년 두 자릿수 승을 올렸고, 2011년에는 29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부산 팬들이 이듬해 왼손 에이스의 입대를 아쉬워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그래서 장원준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제2의 주형광'이다. 롯데 마운드의 왼손 계보를 잇고 있는 데다 꾸준한 성적, 타자를 상대하는 방식이 닮았다는 점에서다. 주형광 롯데 불펜코치(38)는 1990년대 중후반 사직구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왼손 에이스였다. 고졸신인으로 데뷔 첫 해인 1994년 11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04로 기량을 뽐냈고, 1994년 4월 19일 한화와의 대전 원정경기에서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연소(18세 1개월 18일)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스무 살 때인 1996년에는 18승(7패 1세이브)과 221탈삼진으로 각 부문 1위에 올랐다.초등학교(수영초)와 고등학교(부산고) 선후배 사이인 둘은 투구 유형도 비슷하다. 힘으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제구력을 이용한 완급조절로 타자와 승부한다. 주 코치의 현역시절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4㎞, 평균구속은 136~138㎞ 정도였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고, 스트라이크존을 절묘하게 이용했다.장원준도 마찬가지다. 직구 최고구속은 시속 140㎞대 후반으로 주 코치보다 3~4㎞가 빠르다.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던진다. 투구동작이 부드럽고 제구가 뛰어나며 공이 손을 떠나기 직전까지 타자 눈에 보이지 않도록 감춰 던지는 팔 동작이 좋다. 주 코치는 "(장원준은) 스피드에 강점이 있다. 직구와 변화구의 빠르기 차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줄 안다"고 했다. 둘은 등번호도 똑같이 28번을 달았다. 주 코치는 2007년 현역생활을 마치면서 장원준에 자신의 번호를 넘겨줬다.

현역 시절 주형광 불펜코치(왼쪽)와 장원준[사진 제공=롯데 자이언츠]

다른 점도 있다. 주 코치는 데뷔 첫 해부터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반면 장원준은 매년 꾸준히 승수를 늘리며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주 코치는 선수생활을 길게 하지 못했다. 1994년 데뷔 후 6년 동안 1997년(6승 13패 3세이브)을 제외하고 줄곧 10승 이상을 올렸지만 2001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내리막을 걸었다. 데뷔 첫 해 186.2이닝을 시작으로 1995년과 1996년에는 각각 200.1이닝, 216.2이닝을 던졌다. 좋은 성적을 내는 동안 팔꿈치에 무리가 갔고, 2000년부터 은퇴할 때까지 다시 두 자릿수 승을 맛보지 못했다. 롯데 팬들이 '제2의 주형광'에 환호하면서도 '제2의 주형광'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이유다.장원준은 활용가치가 높은 투수다. 오른손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37)과 송승준(34), 왼손 투수 쉐인 유먼(35)과 교대로 던지면 롯데 선발진의 좌-우 균형이 맞는다. 장원준에게는 제대 후 첫 시즌인 데다 올 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FA) 신분이 돼 동기부여도 확실하다.그래서인지 지난 여덟 경기 내용도 좋다. 5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원정경기(5.2이닝 8피안타 5실점)를 제외하면 모두 3실점 이내 투구를 했다. 장원준은 "아직 두 자릿수 승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시즌 초반 직구 최고구속이 140㎞대 초반에 그치면서 변화구도 큰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안타를 많이 맞으며 어려운 경기를 할 때가 많았다. 특히 시즌 초반 네 경기 평균 피안타율이 3할(0.304)을 넘을 정도로 고전했다.주 코치는 마운드에서 편하게 던질 것을 주문한다. 장원준의 꾸준함에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장원준은) 다치지 않고 끝까지 등판 일정만 지켜준다면 10승 이상은 해내고도 남을 투수"라며 "다만 완벽하게 하려는 성격 때문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에 매달릴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장원준은 21일 삼성과의 대구 원정경기에서 시즌 6승에 도전한다. 올 시즌 삼성과의 경기에는 처음 나간다. 9개 구단 선발투수 중 현재까지 지지 않은 선수는 장원준과 에릭 해커(31ㆍNCㆍ3승) 둘 뿐이다. ◇ 주형광 ▶생년월일 1976년 3월 1일 ▶체격 185㎝·92㎏▶출신교 수영초-초량중-부산고▶프로 데뷔 1994년 롯데 자이언츠▶통산 성적(1994~2007년)- 386경기 87승 82패 9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3.83 승률 0.515▶한 시즌 최고성적(1996년)- 30경기 18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36 승률 0.720◇ 장원준▶생년월일 1985년 7월 31일 ▶체격 184㎝ㆍ85㎏▶출신교 수영초-대동중-부산고▶프로 데뷔 2004년 롯데 자이언츠 ▶통산 성적(2004~2011년 / 2012~2013년 경찰청)- 231경기 75승 68패 2홀드 평균자책점 4.13 승률 0.524▶한 시즌 최고성적(2011년)- 29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 승률 0.714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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