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23분간 분향소방문'…'유족위로 역부족'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8시46분께 경기도 안산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내 설치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기 위해 중앙 제단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안산=이영규 기자]'23분간의 방문, 하지만 희생자 유족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10시부터 조문객을 맞는 경기도 안산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이날 오전 8시46분께 찾았다. 검정색 치마 정장차림의 박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헌화와 분향, 조의록 작성, 유족과 면담 등 23분간 분향소에 머물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분향소 왼편에 마련된 국화대에서 국화 한 송이를 집어 들고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제단 왼편으로 향했다. 이어 제단에 안치된 영정사진 하나하나를 찬찬히 바라본 뒤 중앙 제단에 헌화, 분향했다. 헌화와 분향을 끝낸 박 대통령은 분향소 오른편 출입구에 마련된 조의록에 "갑작스런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 2014.4.29. 대통령 박근혜"라고 쓴 뒤 이날 오전 8시55분께 영정과 위패 안치를 끝낸 일부 유족들과 14분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구조작업 문제 등을 집중 성토하고 일부 유족은 생계대책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한 유족은 "우리 딸과 (사고 당일) 9시 48분까지 통화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웃더라"면서 "(대통령이) 현장에 끝까지 있으셨어야죠, 그거 아니예요? 지금 바다에 있는 아이들도 대통령이 내려가서 직접 지휘하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유족은 "선장을 집어넣고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해수부부터 정말 이렇게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 잡고..."라고 말했다. 또 "해경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피해자 권오천 군의 형은 "바라는 거 하나도 없다. 보상 그런 거 다 필요없다"면서 "다만 아직 남아있는 아이들, 차후에 더 이상 거짓이 방송되지 않도록 그것만 부탁드리겠다"고 요청했다. 특히 "이번에 희생된 학생들의 유족 중에는 어렵게 사는 분들도 있다"며 "하루벌어 먹고 사는데, 이번 사고로 일을 못해 생계마저 막막한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주로 듣는 입장이었으며, 간간히 나즈막한 목소리로 정부대책 등을 설명했다.박 대통령은 이에 "오늘 국무회의가 있는데 거기서 그동안에 쌓여온 적폐를 다 도려내고 반드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서 희생된 모든 게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유족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박준우 정무수석을 현장에 남겨 유족들의 요구 사항을 듣고 해결하도록 지시했다.  박 대통령과 유족 면담이 진행되던 14분동안 분향소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는거 아니냐", "대한민국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면 누구한테 아이를 맡겨야 하느냐", "왜 진도에 내려오지 않은 거냐" 등 험한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분향소를 찾은 지 23분 뒤인 이날 오전 9시9분께 자신이 타고 온 차를 타고 화랑유원지를 빠져 나갔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