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의 첫 금통위 '매의 발톱' 드러낼까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커밍아웃이 머잖았다.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0일 열린다. 같은 날 오후엔 수정 경제전망도 나온다. 이 총재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지난주 두 건의 큼직한 이벤트는 이번 금통위를 향한 관심을 더 높여놨다. 이 총재 취임식 이튿날인 2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이례적으로 한은을 찾았고, 3일엔 총재 청문회 준비팀을 대거 발탁한 국·실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한은을 둘러싼 환경과 이 총재 특유의 강단이 동시에 드러났다. 현 부총리는 브라질 출장 직후 이 총재 초상화까지 그려 한은을 찾았지만 '공손한 외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통위를 한 주 앞둔 일명 '침묵의 기간(silent days)'에 돌연 찾아와 "경제인식 공유"를 당부한 탓이다.
기재부는 요사이 경기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지표 개선 흐름은 명확하지만, 개선 속도가 너무 느려 국민들이 체감하질 못한다"면서 "경기회복을 위한 전방위적 정책 공조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야권통합 속에 6·4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정치적 부담을 더한다.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현 부총리는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을 환기하면서 "성장세 회복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총재가 기준금리를 경기의 불쏘시개 삼자는 의견에 동의할지는 알 수 없다. 이 총재는 성장보다 물가에 비중을 두는 매파(통화긴축주의자)로 알려져있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은 잦아들었지만, 일각에선 이 총재의 인사청문회 답변을 근거로 상반기 중 선제적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한다. 이번 금통위에서 당장 금리가 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청문회 중 이 총재의 발언은 곱씹을 여지가 있다. 그는 "미국 정책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해외자본 유출 압력이 커지면, 금리인상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2년 부총재 이임식에서도 고물가 속 통화정책 실기론에 대한 반성의 뜻을 밝혔다. 한은의 물가 안정 기능에 비중을 두는 발언이었다. 금통위 직후 이 총재가 처음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도 이목을 끈다. 달라진 국내총생산(GDP) 산출 방식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보다 상향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사는 새로운 성장률 전망치가 산출 방식 변화에 따른 기계적 증가분 외에 실제로 올라갈 것인지 여부다. 국내 경제전망의 단서가 될 자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WEO)이다. IMF는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8일 오전 9시 새 전망치를 내놓는다. 이 외에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 하한선이 수정될 여지도 있다. 3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일부 금통위원들이 "중기 물가목표 재점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은의 이른바 '평판 리스크'를 지적했다. 물가안정목표(2.5∼3.5%) 하한선을 밑도는 소비자물가가 수년째 이어져 이 총재가 과감한 구간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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