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서기자
영화 '우아한 거짓말' 중에서
영화는 전작 '완득이'를 통해 다문화가정과 교육문제를 유쾌하게 그려내 큰 반향을 일으켰던 김려령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외롭지 않아', '행복해', '괜찮아' 누구나 하는 이 우아한 거짓말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추리해나가는 데 영화는 초점을 맞춘다. 왜 '천지'는 '까똑, 까똑, 까똑...'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스마트폰 메시지에서 소외됐을까, 끊임없이 천지를 괴롭히는 걸로 위안을 삼은 '화연'에게는 어떤 상처가 있을까. 어느 한 명을 악역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도 영화는 설득력을 얻는다. 아역들의 섬세한 연기도 빛이 난다. "처음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흠잡을 때가 없었습니다. 배우가 자꾸 이것저것 피하는 것도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하겠다고 했죠. 도전을 하면 할수록 인생이 풍요로워지는데, 저는 겁이 나서 계속 아는 길만 가고 있었던 거죠. 현장에서 아역 배우들이 의젓하게 있다가도 자기 역할을 할 때에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어요. 시사회 때 처음 완성본을 봤는데, 어린 애들이 저렇게 신통하게 해낸 것을 보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만 잘하면 되는 거였는데, 괜히 부끄럽고. 평소에 눈물이 많은 편도 아니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영화가 너무 슬프다보니까 점점 눈물이 예측할 수도 없게 많이 나왔어요."함께 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한동안 이어졌다. 둘째 딸로 출연한 '천지'역을 맡은 김향기에 대해서는 "어른인 나도 부끄러울 정도로 놀라운 감수성과 집중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고, '화연' 역을 맡은 김유정에 대해서는 "너무 예뻐서 악역을 안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역할을 더 하고 싶어하는 것을 보고 똑똑해보였다. 이 영화는 김유정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큰 딸 '만지' 역의 고아성에 대해서는 "독특하고 개성이 강하다"며 "이미 '설국열차'라는 대 작품을 통해 성인 배우로서 성공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1983년 16세 나이로 데뷔해 올해로 벌써 30년이 넘게 활동하고 있는 김희애는 최근 각종 예능프로와 영화 등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박수도 받아보고, 외면도 받아봤고, 아무도 안 찾아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최근에 많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럽습니다. 항상 이번 출연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지구력 하나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맡은 것은 열심히 하려고 하고, 관리도 잘 하려고 합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 도전해서 후배들한테도 길을 터주는 선배가 되어야죠."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