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에 닛산 전기택시 달린다

청정 에너지 나라에 상징적인 의미 커…수백대 공급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일본 닛산자동차가 부탄에 전기자동차 '리프'를 수백대 공급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기차 리프는 관용차량과 택시로 쓰이게 된다. 닛산은 공급 가격은 공개하지 않은 채 가까운 시일 내 판매 대수를 1000대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닛산은 부탄에 전기차 충전소도 짓기로 했다.

닛산 전기차 리프가 부탄 거리를 달리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체링 톱게 부탄 총리는 지난해 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과 만나 전기차 공급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톱게 총리는 수도 팀푸를 세계적인 전기차 명소로 만들고 녹색 수송기술에 대한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에 따라 닛산 외에 미국 테슬라 등과 접촉해왔다. 곤 회장은 발표 자료에서 "부탄은 전력이 풍부하고 원유를 너무 많이 수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청정한 자연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를 개발하려고 한다"며 "이런 모든 목표를 달성하는 완벽한 해법이 전기차"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탄은 청정 수송기술을 바탕으로 개발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획을 채택한 시범적인 사례"라며 전기차가 다른 나라의 공공 교통에도 채택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닛산은 리프를 주력 모델로 판매하고 있다. 리프는 지금까지 세계 전기차 시장의 45%인 10만대가 판매됐다.

일본의 한 전시판매장에 세워진 닛산 전기차 리프. 사진=블룸버그

하지만 이 같은 실적도 닛산의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충전소 같은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전기차 구매를 꺼리고 있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부탄은 전기차가 휘발유 차량보다 운행 비용이 훨씬 덜 든다. 부탄에서 현재 택시 한 대의 하루 연료 비용은 800루피(약 1만3860원)에 달하는 반면 전기차는 80분의 1인 10루피면 된다. 인구 70만명의 소국인 부탄에서 화석연료를 전기로 대체하는 것은 거시경제의 대외균형을 되찾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부탄은 원유 수입으로 인해 누적되는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면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수력발전을 육성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2010~2011년 부탄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2% 수준으로 쌓였다.톱게 총리는 부탄의 에너지원에서 수력의 비중을 훨씬 더 키우면서 원유 수입은 7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 중이다. 전기차 도입은 원유를 수력 전기로 대체하는 첫 프로젝트인 셈이다.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자리 잡은 부탄은 강수량이 연간 3000~5000㎜로 풍부하고 유역의 표고 차이가 커서 수력발전에 유리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부탄의 현재 수력발전 용량은 1500㎿로 국내 전력수요 300㎿를 크게 웃돈다. 부탄 정부는 남는 전기를 이웃나라 인도에 판매하고 있다. 수력발전은 부탄의 주요 수출산업으로 GDP의 약 20%를 기여한다. 부탄 정부는 수력발전 용량을 2020년까지 1만㎿로 늘릴 계획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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