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와 젝스키스가 대세였던 시절 시원과 윤제의 러브스토리, 대학농구가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던 시절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하숙생들의 사투리만큼이나 정겨운 이야기, 칠봉이와 쓰레기 그리고 나정이의 삼각관계. 2012년과 2013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드라마를 들자면 아마도 '응답하라' 시리즈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1994년과 1997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풋풋하고 애틋했던 옛 추억을 다시 한번 꺼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그녀의 남편이 누구였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게 된 진짜 이유는 우리들이 그 당시 추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응답하라'를 보며 문득 '시간을 돌려 미래에서 바라본 오늘의 모습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2014년 올해를 되돌아본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흐뭇하게 미소를 짓게 만들 2014년의 추억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추억을 함께하는 사람은 누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특별히 올해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역사에 남을 만한 굵직굵직한 행사가 연이어 열리는 바쁜 해입니다. 늘 그랬듯이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우리나라를 뜨겁게 응원하는 해가 되리라 예상해 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포츠 행사 외 2014년을 대표할 만한 국가적인 행사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올림픽, ITU 전권회의가 바로 그러한 행사입니다. ITU는 1865년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국제기구로 국제기구의 대명사인 유엔(UN)보다도 무려 여든 살이나 많습니다. 전 세계 193개 국가들이 ITU의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삼성, LG, KT, 에릭슨, 화웨이와 같은 글로벌 정보통신 기업, 카이스트, 도쿄대와 같은 대학 등 700여개의 회원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명칭은 조금은 생소하지만 ITU가 수행하는 업무는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기기 사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지도 검색, 위성을 통한 지구 반대편의 실시간 중계…. 이 모든 것이 가능하도록 국제적 약속을 만드는 국제기구가 바로 ITU입니다. ITU는 글로벌 주파수 배분, 위성궤도 지정, 각종 기술 표준 제정과 개발도상국의 정보격차 해소 등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국제기구로 그 중요성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릴 전권회의는 어떤 회의일까요? 우선 전권회의라는 말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것 같은데요, 전권(plenipotentiary)이란 온전한 권리 또는 맡겨진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의미합니다. 보통 국가를 대표해 위임된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을 전권 대사라고 말하지요. ITU 전권회의는 ITU의 최고 의사 결정 회의로 정보통신 분야의 국제법인 ITU 헌장과 협약을 정하고 사무총장, 부문별 총국장 등 ICT 분야의 대표 인사를 선출합니다. 4년마다 193개국 정보통신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초대형 회의, 바로 올해 부산에서 열리는 ITU 전권회의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서 뛰어난 ICT 강국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의 활약과 더불어 ICT 발전지수(ICT development index) 4년 연속 1위 등 우리나라는 전 세계 ICT 발전을 이끄는 나라로 명실공히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2014 ITU 전권회의는 우리나라가 ICT 강국을 넘어 외교강국으로 도약할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ITU 전권회의는 우리나라가 외교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일 뿐 아니라 중견ㆍ중소 ICT 기업의 해외 진출이 한 단계 더 성숙하는 전기가 될 것입니다. 이번 전권회의에 참여하는 많은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정부가 ICT 분야 사업을 발주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ICT엑스포 등 우리나라가 준비 중인 특별행사들은 이러한 잠재적 구매자에게 우리의 우수한 기술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더불어 ITU 전권회의는 우리나라가 ICT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축하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습니다. 세계 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상용화, 세계 최초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전국 상용화, 그리고 삼성ㆍLG 등 글로벌 기업이 세계에 기여한 쾌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세계 최초의 역사를 정보통신 분야에서 써 내려왔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정부와 기업만의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국민 모두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좋은 기술이 널리 사용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왔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간 아쉽게도 국민 모두가 이를 함께 축하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ITU 전권회의는 국민 모두가 참여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성과를 축하하는 화합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 10월, 부산은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입니다. 세계 속의 우리나라를 확인하고 우리나라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끼는 글로벌 축제의 장,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ICT 올림픽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짙게 남을 2014 ITU 전권회의, '응답하라 2014', 우리 모두가 주인공입니다.민원기 ITU 의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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