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년 동안 모든 것을 바꿔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뤘듯이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바꿔 품격과 가치의 시대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 사장단들이 1박2일 동안 '마하경영'을 주제로 끝장 토론에 나섰듯 '격의 경영'을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2일 삼성그룹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사장단·임원진 등 1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하례식을 개최했다. 이날 하례식에서 이 회장은 영상을 통해 신년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메시지는 사내 매체 미디어삼성을 통해 한·중·일·영어 등 4개 국어로 전 세계 삼성그룹 임직원들에게 생중계됐다. 먼저 이 회장은 지난해 범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데 대해 임직원은 물론 국민, 정부, 사회 각계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과 사활을 걸어야 했고 특허전쟁에도 시달려야 했다"면서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고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 경쟁력을 높이면서 좋은 성과도 거뒀는데 임직원은 물론 삼성을 응원해준 국민, 정부, 사회 각계 덕분"이라고 말했다. 짧은 칭찬 뒤에는 이 회장 특유의 위기감이 묻어났다. 20여년 전 신경영을 시작하면서 "마누라, 자식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고 말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회장은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도 있지만 제자리걸음인 사업도 있다"면서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어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5년, 10년 전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도 떨쳐내야 한다"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6년 이 회장이 전기, 전자계열 사장단들에게 항공기가 음속을 넘기 위해선 기술뿐만 아니라 모든 구조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며 '마하경영'을 역설했듯이 삼성그룹의 모든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까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은 "불황일수록 기회는 많다"면서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경영 지시도 있었다. 전 세계 각지의 거점들이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있는 시스템과 연구개발센터를 24시간 멈추지 않는 삼성그룹의 두뇌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다. 이 회장은 "세계 각지 거점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개발센터는 24시간 멈추지 않는 두뇌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인재를 키우고 도전과 창조의 문화를 가꾸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발생했던 안전사고와 관련한 주문 및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협력회사는 우리의 소중한 동반자로 모든 협력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도와야 한다"면서 "지난해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는데, 삼성의 사업장은 가장 안전하고 쾌적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지난 20년간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뤘듯이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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