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꽃보다 할배' 금융수요에 대비해야

요즘 TV 프로그램에 의미심장한 트렌드가 있다면, 시니어 세대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나 예능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한 케이블TV에서 70대 배우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소재로 방영된 '꽃보다 할배'를 들 수 있다.  몇 년 전 '쎄시봉' 열풍에서부터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응답하라 1994'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문화 소외계층으로 여겨졌던 중장년이나 시니어 세대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음악계에서도 조용필과 같이 중장년층 가수들이 새롭게 음반을 출시하고, 아이돌 가수들이 복고춤을 안무에 반영하는 등 7080콘서트 열풍이 거세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시청률과 관객확보에 가장 민감한 대중예술에서 중장년층이나 시니어 세대를 겨냥한 작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이들 세대가 현금 구매력을 갖춘 '문화주류층'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방증한다.  인구사회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런 현상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현재 시니어층으로 대거 이동 중이다. 그런데 이들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자산과 소득수준이 우월한 상태에서 시니어층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ㆍ복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시니어층 예금은 총 257조6000억원으로 전체 예금(739조4000억원)의 34.8%를 차지했다. 예금증가율도 최근 3년간 시니어층 예금은 9.7% 증가해 전체 평균 예금증가율(4.1%)보다 5.6%포인트 더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령화 사회를 맞아 점차 '고령층=저소득자'라는 통념이 희석돼 시니어 세대가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2020년이 되면 금융자산을 갖춘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시니어 세대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NH농협은행의 경우 45세 이상 베이비부머 세대 고객 수가 전체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대비 14%가 증가해 전체 고객 수 증가율 5.4%를 크게 웃돌고 있다. 향후 시니어 고객에 대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요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전용 상품개발과 은퇴설계 서비스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만 45세 이상 고객 가입자 및 조부모 동시 가입자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상속ㆍ재무ㆍ재테크 등 재무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생애 아름다운 예적금'은 출시 3개월 만에 14만명이 넘는 고객이 가입해 2조원 실적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니어 계층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병원ㆍ약국 등에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행복건강 체크카드'도 시니어 고객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시니어 계층의 은퇴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NH은퇴연구소를 확대 설치하고 재테크ㆍ세무ㆍ여가ㆍ건강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은행으로서 장점을 살려 귀농서비스ㆍ주말농장ㆍ전원생활 체험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NH농협은행 퇴직연금은 귀농을 준비하는 시니어 고객으로부터 가입문의가 늘고 있다. 도시의 은퇴자에게는 BBQㆍ카페베네ㆍ한솥 등과 업무제휴를 맺고 '행복채움 프랜차이즈론'을 출시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꽃보다 할배'의 대사 중 "세월은 고장도 없다. 그때로 돌아갈 수 없지, 그저 열심히 사는 수밖에"라는 말이 회자됐다. 은퇴는 시니어 세대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두려움이지만 그렇다고 오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 그저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 은퇴자들이 두려움 없이 제2의 인생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서비스와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으로서 책임이 무겁게 느껴진다.신충식 NH 농협은행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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