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핵심 주거복지 공약인 '행복주택'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뒷걸음질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행복주택 공급물량을 당초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30% 줄이기로 했다. 어제는 아직 지구지정을 하지 않은 목동ㆍ공릉ㆍ송파ㆍ잠실ㆍ안산 등 5곳에 대한 공급 가구 수를 당초 7900가구에서 3450가구로 56% 축소하기로 했다. 가구수 축소는 주민 반발이 주된 요인이다. 목동을 비롯해 대상지 주민은 지구지정에 크게 반발했다. 교통 혼잡, 학교 부족 등이 한층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져 불이익을 볼 것이라는 속내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만연한 '님비(NIMBY) 현상'의 하나라는 것이다. 주민을 탓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잘못은 정부에 있다.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연내 시범지구 1만가구 지정 목표에 집착해 엄정한 검토와 분석도 없이 시범지구를 지정했다. 기존 주거지에 임대주택을 세운다면서 주변과의 조화 문제를 무시했다. 주민 의견은 듣지도 않고 덜컥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했으니 반발을 살 만도 하다. 그뿐 아니라 주거복지정책의 일환이라며 예비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았다. 철도부지 등에 지으려면 데크 등을 건설해야 해 공사비가 일반 택지에 짓는 것보다 2~3배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뒤늦게 알아챘다. 지역 여건이나 시장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허술하게 정책을 세워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얘기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ㆍ대학생 등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도심지에 짓는 값싼 임대주택이다. 주택 개념이 소유에서 주거로 바뀌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대안이다. 복지사업의 성격도 있다. 공공 임대주택은 앞으로 더 많이 건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행복주택 건설사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당초 공급물량이 계속 축소 조정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책방향이 옳다 해서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곤란하다. 서민 주거안정에 우선하되 주민과의 마찰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틀을 손 볼 필요가 있다. 개발계획 수립에 지자체의 참여 폭을 넓혀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임대주택을 먼저 짓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행복주택의 후퇴가 임대주택 건설계획의 차질을 불러서는 안 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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