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금융 계열 수장 교체…전자 출신 전진 배치

삼성에버랜드에는 이재용·부진·서현 3남매 나란히 둥지 틀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고형광 기자] "삼성전자 외에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회사가 없었다."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의 한마디가 2014년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수년간 갖고 있는 고민과도 같다.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를 제외하곤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라선 회사가 아직 없다는 고민이 이번 인사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금융 계열사 모든 수장 교체…사실상 문책성 인사= 특히 금융 계열사의 경우 모든 수장이 교체됐다. 사장 승진자가 삼성생명 안민수 부사장 1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 계열사에 대한 문책성 인사에 가깝다. 이번에 대표이사가 바뀐 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이다. 삼성그룹은 이외에 증권, 자산운용, 선물 등 6개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계열사 절반의 대표이사가 교체된 셈이다. 교체의 배경은 조금씩 다른 것으로 보인다.삼성 금융 계열사 핵심인 삼성생명의 대표이사 사장엔 김창수 삼성화재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김 사장은 198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그룹 비서실 인사팀, 삼성물산 기계플랜트본부장, 에스원 등을 거쳐 2011년 말부터 삼성화재를 맡아왔다. 삼성화재 사장은 안민수 삼성생명 부사장이 승진 이동했다. 안 부사장은 1982년 삼성전자로 입사해 2년 뒤인 1984년부터 줄곧 삼성생명에 몸담은 금융 전문가다.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엔 삼성전자 인사팀장을 맡았던 원기찬 부사장이 승진 발령됐다.원 사장은 삼성전자 인사팀, 삼성전자 북미총괄 인사담당 상무보, 북미총괄 인사담당 상무를 거친 삼성그룹내 대표적인 인사통이다. 최치훈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삼성그룹 5인의 부회장단, 3인·전자 위주로 변화=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에 3명, 금융계열사에서 1명, 비전자계열사에서 1명 등 총 5명의 부회장단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삼성전자의 부회장 3인(이재용·강호문·권오현)은 그대로 역할을 유지한다. 금융계열사의 부회장을 맡고 있던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은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삼성사회공헌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 더해 비전자계열사의 부회장직을 맡던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역시 고문직으로 위촉됐다. 올해 부회장 승진자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삼성전자에만 3명의 부회장이 남아 있고 나머지 금융, 비전자계열사에는 부회장직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부회장단의 삼성전자 집중도는 예전부터 높았지만 이번 인사처럼 비전자계열사에서 부회장직이 사라진 사례는 없었다. 비전자계열사의 혁신을 위해 삼성전자 출신들을 대거 이동시키는 한편, 향후 후진양성을 위해 부회장 자리를 미리 비워둔 것으로 관측된다. ◆총 8명의 사장 승진자 중 6명이 전자 출신= 총 8명의 승진자 중 6명이 삼성전자 출신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보기술(IT)모바일(IM) 사업부문 출신들의 승진이 이어졌다. 네트워크 부문을 맡고 있는 김영기 부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네트워크 부문은 종전 부사장급 조직이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 조직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김종호 부사장은 삼성전자 세트제조담당 사장과 함께 무선사업부의 글로벌 제조센터장을 겸임하게 됐다. 세트제조담당 역시 이번 인사를 통해 부사장급 조직에서 사장 조직으로 한 단계 격상됐다. 반도체 사업부의 조남성 부사장은 사장 승진과 함께 제일모직 대표이사를 맡는다. 소재 전문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제일모직과 반도체 사업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카드로 자리를 옮긴 원기찬 신임 사장과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맡은 이선종 신임 사장은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삼성전자의 DNA 전파라는 핵심 임무를 부여 받았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DNA를 어떻게 다른 계열사로 전파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된 것"이라며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인사 원칙을 그대로 적용시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오너 3세 나란히 둥지트는 삼성에버랜드…윤주화·김봉영 공동대표=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양수한 삼성에버랜드는 이번 인사의 핵심이자 이건희 회장의 3남매가 모두 둥지를 틀게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사실상 지배주주에 가깝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에버랜드에서 리조트 건설 부문 경영전략담당을 그대로 맡는다. 이서현 부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을 맡게 됐다. 이로 인해 장남이 회사를 지배하고 여동생들이 각각 사업을 나눠 맡게 된 것이다. 삼성에버랜드의 대표이사도 2인 복수 대표 체제로 바뀐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담당 사장이 삼성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겨 패션부문 사장을 담당한다. 김봉영 사장은 리조트·건설부문을 맡는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가 오너 3세가 모두 삼성에버랜드에서 둥지를 틀게 됐다"면서 "삼남매 모두 에버랜드와 관계를 맺으며 향후 후계구도에도 삼성에버랜드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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