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상속자들' 경영수업 끝냈다

녹십자·동아·광동 등 오너家 세대교체 활발

(왼쪽부터)허은철 녹십자 부사장,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 사장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주요 상위제약사의 창업주 2, 3세 경영인들이 경영 전면에 급부상하고 있다. 제약 영업 최일선에서 시작해 자수성가한 창업주 밑에서 경영 수업을 마친 이들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며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상위제약사의 창업주 2, 3세 경영인들이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아 잇따라 경영 무대에 데뷔하고 있다.최근 가장 주목을 끈 인물은 녹십자의 허은철(41) 부사장이다. 허은철 부사장은 창업주 고(故) 허영섭 회장의 차남으로 2009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승진했다. 다음 달부터는 영업과 생산, 연구개발(R&D) 등 각각 운영됐던 기획실을 통합한 기획조정실장까지 맡는다. 기존에 맡았던 R&D 뿐만 아니라 생산과 영업까지 총괄하게 된 것. 따라서 조순태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허 부사장이 경영 전반을 보좌하는 형태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의 4남 강정석(49) 대표이사 사장은 올 3월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때를 맞았다. 강 대표는 1989년 당시 동아제약에 입사한 이후 경영수업을 받아오다 2007년 동아제약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부터는 R&D와 영업을 총괄하는 등 그룹의 핵심 요직을 맡아왔다. 사실상 강 회장의 후계자로 낙점된 셈. 올해부터는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한편 강 회장의 주식 전량도 넘겨받으면서 '강정석호(號)'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매듭지었다. 강 회장이 1975년 동아제약 사장에 오른 지 38년 만에 공식적으로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앞서 지난 7월 최성원(44) 광동제약 대표이사 사장은 故 최수부 회장의 유고 이후 전면에 등장했다. 최 대표는 2005년 3월부터 광동제약 사장으로 재임해왔다. 이 밖에 윤재승(51) 대웅제약 부회장, 이경하(50) JW중외제약 부회장, 김은선(55) 보령제약 회장, 윤도준(61) 동화약품 회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2, 3세 경영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중 윤재승 부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경영권을 넘겨받은 사례다. 윤영환 회장의 3남인 윤 부회장은 1997년부터 12년간 대웅제약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2009년 윤 회장의 차남인 윤재훈 부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줬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다시 대웅제약의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재기했다. 검사 출신인 윤 부회장은 위기 극복 경험이 많고 산업 흐름을 읽는데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근 불법 리베이트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악재를 만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형제간 경영권 경쟁에서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 체제에 불만을 품은 대웅제약 전·현직 내부인사가 리베이트 내용을 제보했다는 것이다.한편 업계에서는 윤웅섭(46) 일동제약 대표이사 부사장과 임종윤(41) 한미약품 사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의 장남인 윤 부사장은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지난 4월 대표이사를 달았다. 조만간 윤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임 사장은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장남으로 2009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후계자로 지목된 상태다. 특히 임 사장은 5년 동안 북경한미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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