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최용수 FC서울 감독(왼쪽)과 '황새'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홈팬들 앞에서 누가 K리그 최고의 팀인지 보여 주겠다."(FC서울 공격수 데얀 다미아노비치)"상암에서 오랜 시간 이기지 못했는데,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다."(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서울과 포항이 11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28라운드를 갖는다. 포항은 현재 15승7무5패(승점 52)로 리그를 달리고 있고, 4위 서울은 13승8무6패(승점 47)로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승점 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소위 '6점 짜리' 경기인 셈. 두 팀의 객관적 전력과 상승세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선두권 경쟁 판도를 가늠할 중요한 한판이다. 여기에 두 팀 사이 묘한 관계도 눈길을 끈다. 서울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포항과의 시즌 상대전적에서 밀리지 않았다. 원천은 '상암 징크스'다. 서울은 2006년 8월 이후 포항을 맞아 홈 10경기 무패(8승2무)의 절대 우세를 보였다. 역대 전적에서 44승44무49패로 뒤진 것과 정반대. 그만큼 안방에선 유독 포항에 강했다. 올 시즌은 흐름이 또 다르다. 전반기 시즌 결과 포항이 1승1무로 서울에 앞서고 있다. 달라진 분위기의 시작은 3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 맞대결이었다. 포항은 1대 2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막판 이명주의 천금 같은 동점골에 힘입어 극적인 무승부를 일궈냈다. 어떤 의미에선 시즌 판도를 뒤바꾼 경기이기도 했다. 첫 경기부터 허무한 무승부에 그친 서울은 이후 뭔가에 홀린 듯 7경기 연속 무승(4무3패)의 부진에 시달렸다. 반면 포항에겐 반전의 계기였다. 리그 전체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가 없는데도, 최강의 외국인 선수들을 보유한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자신감을 얻은 선수단은 이후 개막 11경기 연속 무패(6승5무)를 달렸고, 지금까지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이었을까. 포항은 7월 홈경기에서도 서울을 1대 0으로 꺾으며 새로운 대결 구도를 만들어 냈다.
서울과 포항의 3월 개막전 2대 2 무승부란 결과는 시즌 판도는 물론 두 팀간 경쟁 구도도 바꿔놓았다.[사진=정재훈 기자]
이렇다보니 결전을 앞둔 양팀 수장과 선수 모두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9일 구리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올 시즌 상대전적과 순위 모두 포항보다 밑에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시즌 초 서울과 지금의 서울은 다르다"라며 "모두가 모두를 위해 싸우는 헌신, 희생, 투쟁심이 넘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포항과의 홈경기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라며 "우리 서포터즈의 열정적 응원을 등에 업고 승리를 따내겠다"라고 덧붙였다. 간판 공격수 데얀 역시 "시즌이 끝나면 순위표도, 상대전적도 뒤집을 것"이라며 "이번 경기를 통해 우리가 더 좋은 팀이란 것을 증명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포항도 좋은 팀이지만 서울은 디펜딩 챔피언이자 K리그 최강팀"이라며 "단 한 번의 기회가 오더라도 골을 넣을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포항은 징크스의 역설을 기대한다. 악연의 마침표를 통해 새로운 천적관계를 만들겠다는 것. 실제로 포항은 최근 특정팀 상대 원정 징크스에서 탈출한 뒤, 오히려 해당 팀과의 원정 경기에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 '역징크스'를 만들어 냈다. 지난해 9월 수원 원정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3년 간 이어진 빅버드에서의 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어 올 시즌 초 열린 수원 원정경기에서도 2대 0으로 이겼다. 전북과도 마찬가지다. 유독 전주성만 가면 약했던 포항은 지난해 10월 전북을 원정에서 3대 0 으로 꺾었다. 올 시즌도 전북 원정에서 4월 1대 1 무승부 뒤 지난 8일 3대 0 대승을 거뒀다. 같은 맥락에서 '상암 징크스'도 두려움보다는 도전의 대상이다. 개막전에서도 극적인 무승부로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에야말로 서울을 꺾겠다는 각오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전북전 승리 직후 "부상자가 많아 매 경기 어려움이 있지만 선수들을 믿는다"라며 "상암에서 오랫동안 이기지 못했는데, 이번엔 좋은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전성호 기자 spree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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