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창군 이래 최대 규모인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이 종합평가만 남겨두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정해놓은 가격 가이드라인에 유일하게 부합하는 보잉의 F-15SE가 사실상 최종후보 기종으로 낙점된 상황이다. F-15SE가 최종 낙점이 될 경우 부실평가 논란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보잉은 FX사업 기밀 유출 의혹을 받고 있어 사업자 선정에서 막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군 안팎에서는 FX 1ㆍ2차사업을 통해 들여온 보잉 기종의 잘못된 점은 없는지, 3차사업에 더 검토해야 할 사안은 없는지를 심도 있게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기밀유출' 의혹, 변수 될까= 무기중개업체 F사가 있다. F사는 보잉의 F-15K가 결정된 2008년 FX 2차사업을 담당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2011년 말 F사의 상업구매 계약금액은 2조645억원에 달하며 국내 전체 무기중개거래 매출의 64%를 독차지했다.
하지만 F사는 올해 초 보잉의 아파치공격헬기가 한국의 공격헬기로 선정된 이후 수사당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수사당국은 이 회사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노트북을 압수해 대형공격헬기(AH-X), 한국형 공격헬기(KAH)의 ROC(군요구성능)가 군에서 유출된 점을 발견했다. ROC는 군사기밀 3급에 해당된다. F사가 군에서 기밀을 빼내 보잉의 아파치헬기가 도입되도록 유리하게 이끌어갔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ROC는 육군항공작전사령부 군무원 신모씨가, 대형공격헬기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자료는 육군항공학교 김모 중령이 각각 F사에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군무원 신모씨와 김모 중령은 군검찰에, F사 무기중개상 대표와 육군사업을 담당하는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출신 박모 예비역대령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이첩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월 보잉의 아파치 가디언(AH-64E) 결정과정에서 미국 보잉사 본사에 ROC 등 군사기밀이 흘러들어갔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기밀을 유출한 신모씨와 김모 중령이 무기중개상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는지도 추가 조사 중이다. 사건의 핵심은 FX에 대한 기밀유출 여부다. 현행 방위사업규정에 따라 200만달러 이상의 무기도입사업에서는 무기중개업체의 참여가 배제됐다. F사는 현재 보잉사와 계약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F사가 FX 3차사업 후보업체와 이면계약을 통해 FX사업에 참여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사업 전면 재검토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FX사업의 기종이 결정되기 이전에 수사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는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가 정치권의 북방한계선(NLL) 고소사건의 주임검사로 배치되면서 추가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군검찰도 추가수사에 대해서는 수사과정과 결과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FX 3차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수사 자체를 연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보잉 F-15SE 경제성도 우려= 보잉의 F-15SE는 현재 우리 공군의 주력 기종인 F-15K와 부품호환성이 85%에 달해 유지비용이 적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또 기존 F-15의 내장시스템과 레이더는 물론 스텔스 기능을 보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F-15는 개발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 기종이다. 오래되다 보니 성과기반군수지원(PBL) 비용, 연비 문제, 정비 비용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11년 국방부 결산분석보고서에서 국방부가 F-15K 핵심부품 공급과 관련해 보잉과 맺은 PBL 계약으로 인해 기존 정비시스템보다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PBL은 군에서 제시한 목표가동률 등 성과를 기준으로 업체가 정비 및 수리부속 지원을 전담하고 이에 따른 대가를 지급받는 제도다. 군으로선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항공기 고장과는 상관없이 매년 일정액을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당초 군당국은 PBL 제도로 부품조달 지연에 따른 전투기 '부품 돌려막기' 문제를 해결해 F-15K의 가동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계약이 중간에 변경돼 전투기 100회 출격당 1건은 같은 부품을 다른 전투기에 돌려 사용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당초 이를 불허했던 방침을 바꾼 것이다. 특히 제도 운영에 소요되는 총사업비가 계획서에서 2억6000만달러(2900억여원)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3억달러(3400억여원)로 체결돼 4000만달러(480억여원) 증가했다.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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