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수 없는 마력의 선동용어 '세금폭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세법개정안의 당초 취지는 이랬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중산층에 감당할 수 있는 세금을 조금 걷고 대기업 고소득자에는 더 걷고, 대기업에 편중됐던 비과세 감면 축소와 지하경제양성화 등을 통해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재원으로 쓴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불거진 것은 바로 중산층의 감당할 수 있는 세금을 조금 걷는 부분이었다. 연간 4000만원 소득자라면 연간 세 부담이 16만원 정도 늘어난다. 여기에 교육비,의료비의 공제가 줄어들면서 수십여만원 정도가 추가로 부담된다. 월간으로 따지면 많아야 5만원 내외다. ◆증세 아니다.. 거위털이 넥타이 자극=세부담 증가 혹은 증세다. 당정청이 증세라는 말을 꺼내지 않고 '거위털'같은 무책임한 발언 나오면서 넥타이부대의 감정을 건드렸다. 손에 만져보기도 전에 세금을 원천징수당해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봉급생활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과거 정권에서 넥타이부대의 마음을 잃고 정권을 잡거나 정권을 제대로 유지한 적은 정권은 없었다.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당한 세금폭탄의 정치적 선동용어를 꺼냈다. 종부세는 상위 1,2 %에 해당되지만 당시 한나라당은 나머지 99%의 심기를 자극시키는 '세금폭탄'이라는 선동적 용어를 만들었고 이 단어는 집권기간 내내 노무현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국회 상임위에서 종부세를 세금폭탄으로 규정하는 발언을 했다. 이명박정부의 감세기조가 위기를 맞은 것은 2010년이었다. 당시 세법개정안의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짜는 와중에서 한나라당 내에서 감세기조를 유지할 것인가, 철회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명박정부의 집권이 2012년 말에 끝났고 2012년 4월에는 총선이, 12월에는 대선이 있었다.감세정책의 효과가 중소기업, 서민에 확산되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당시 야당은 '부자감세'로 맹공을 퍼부었다. 여당 내부에서도 소장파 중심으로 부자감세 철회 주장이 높았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는 '부자감세' 용어 자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프레임'에 말려들기 때문이다.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과거 선거에서 '세금폭탄'으로 우리가 재미를 봤듯 민주당이 우리 당의 정책을 왜곡, 비판하기 위해 만든 용어인 '부자감세'를 우리 당 의원들이 사용하고 있다"며 탄식하기도 했다. ◆종부세 세금폭탄 새누리 재미=정권이 다시 바뀌어 박근혜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이 나오자 과거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부자증세' '중산층에 세금폭탄'의 쌍끌이 선동에 나섰다. 8일 세법개정안 발표이후 주말기간 민심이 술렁였고 효과는 극대화됐다. 그 결과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고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국민들에 사과를 했다. 하지만 세금폭탄이라는 용어는 정치권에도 극단적이고 과도한 정치적 선동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말처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지만 시대변화에 따라 정권변화에 따라 독이되고 약이된다. 이번 중산층 세금폭탄을 내세운 민주당에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보편적 복지를 위한 보편적 증세를 요구해왔다. 중산층 이상 중견기업 이상에는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거쳐 세부담을 좀더 지우고 이를 영세소상공인, 서민, 저소득층, 사회적약자 등의 복지에 사용하자는 취지다. 지하경제양성화, 비과세 감면 축소 등에서 세수를 더 확보하면 보편적 복지에 준하는 수준의 복지를 할 수 있다는 기대다. 만약 이번에 중산층의 기준이 연봉 5000만원으로 조정된다면 5000만원 이하 계층에는 현재 여야 누구도 세부담 증가 혹은 증세를 요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대기업과 고소득자들도 "왜 우리만 세부담을 더 져야 하느냐"고 반발할 수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정의와 과세형평성에 대한 근본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부자감세+세금폭탄 민주 재미...두 얼굴 독이자 약 되새겨야=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의 전날 당 회의 발언과 기자회견은 그런 의미에서 곱씹어볼 만하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면서 "그러나 세제개혁은 국민적으로 민감하고 파급효과가 클 뿐 아니라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냉정하게 접근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세금폭탄론은 국민의 조세저항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봉급생활자의 월급봉투를 겨낭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재벌대기업을 열외시켰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봤다. 그는 "그러나 세금폭탄이라는 말은 과거 새누리당 정권이 복지재원 마련에 재를 뿌리기 위해 고안한 포퓰리즘적 선동용어라는 것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이 앞으로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이 조세저항에 의한 포퓰리즘적 선동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면서 신중한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특히 "이번 세법개정안중 근로소득세 개편안은 복지확대를 위해 서민중산층도 일정한 책임을 지는 '보편증세'의 관점에서 그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십수년간 재벌ㆍ부자 감세로 조세형평성이 왜곡돼 있는 마당에, 금융관련 세제 또 법인세제 등에 있어서 부자 특히 재벌대기업을 열외시키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점에서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국회에서 진지한 논의를 위해 각 정당의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회담을 열고 각당 정책위원회가 세법개정안과 관련된 토론회를 열자고 공식 제안했다. 현재 원내 정당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등 4개당이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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