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강국' 뛰는 리더들 <26> 송성근 원정제관·닥터하우스 대표
잘나가던 '부탄가스' 사업, 성장성 적어 축소주방, 생활용품에 도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정신없이 바쁘죠. 기업 상대로만 영업하다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려니 챙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더군요." 12일 영등포 본사에서 만난 송성근 원정제관 대표의 책상에 놓인 에너지 음료를 보고 '요즘 많이 바쁘신가 보다'고 말을 걸자 대번에 돌아온 답이다. 원정제관 대표인 그는 지난 해 말부터 계열사인 닥터하우스의 대표이사까지 겸임하고 있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럼에도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송 대표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송 대표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졸업한 후 1998년 원정제관에 입사, 8년 후인 2006년 창업주인 송태진 회장의 대표직을 이어받았다. 제관업은 산업용 캔, 드럼통 등을 제조하는 산업으로 제품에 변화가 없기로 유명하지만 송 대표는 지난해 신제품 '에코캔'을 선보이며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에코캔은 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18ℓ 짜리 캔의 두께를 15% 줄이면서도 강도를 높여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계열사까지 확장하겠다는 게 송 대표 구상이다. 그 첫 대상은 바로 대표이사로 겸임중인 닥터하우스다. 1986년 한국에어졸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닥터하우스는 국내 2위 부탄가스 '메가'의 제조업체로 매출액 규모만도 5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는 대표를 맡자마자 부탄가스 사업의 우선순위를 뒤로 미루고 주방ㆍ생활용품에 '올인'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문업체에 의뢰해 받은 전략컨설팅 결과가 그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송 대표는 "부탄가스 자체가 더 많은 가치를 낼 수 있는 상품이 아닌데다 우리가 기능과 가격 면에서 차별화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컨설팅 결과도 받았다"며 "결국 과감하게 부탄가스를 '슈퍼맨' 브랜드로 통일하고 제품 라인업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내수물량(OEM)을 줄이고 많은 거래처를 떠나보냈다. 살이 뚝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주방용품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그는 "부탄이라는 제품을 주방에서 많이 쓴다는 점에 착안, 고객들에게 주방ㆍ생활용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직접 런칭한 주방기기 시리즈와 이탈리아 프라이팬 '플로날' 등 합리적인 가격의 주방용 제품을 백화점을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향후 유통망을 대형마트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요즘 그 에게 새로 생긴 고민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원정제관의 산업용 캔 제조과정의 일부를 계열사로 돌려 세금을 물 처지에 놓였다. 송 대표는 "이 과정만을 전문적으로 맡는 외부업체가 없어 계열사를 통해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대기업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제도를 개선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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