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이정현, 그의 '도전 정신'은 식지 않았다(인터뷰)

[아시아경제 이금준 기자] 팔색조(八色鳥). 참새목 팔색조과로 다양한 깃털의 색깔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새다. 그런데 이 팔색조는 본연의 뜻 보다는 갖은 매력을 두루 갖춘 이들을 일컫는 말로 더욱 자주 쓰인다.여기 '팔색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가 있다. '꽃잎'으로 스크린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대한민국을 테크노 열풍에 빠뜨린, 그리고 다시 '브이(V)'를 들고 무대 위로 돌아온 가수 이정현 이야기다.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나 변화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섰던 이정현. '팔색조', 아니 '만색조'라 불려도 손색없을 그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식지 않은 '도전 정신', '브이'로 되살아나다.이정현의 신곡 '브이'는 강렬함이 살아있는 핫스윙팝 넘버. 세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호러를 결합시켜 독특한 매력을 탄생시켰다. 이정현의 보이스와 색소폰, 드럼 베이스의 사운드는 듣는 이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든다.이정현의 무대 장악력과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흰색 드레스에 강렬한 눈 화장을 하고 등장한 이정현은 물론, 좀비 분장을 한 댄서들의 격렬한 춤사위는 '환상'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특히 이정현은 '브이'의 프로듀싱과 작사, 퍼포먼스 작업에 직접 참여해 다재다능함을 과시했다."결혼식 전날 죽은 억울한 신부라는 모티브로 싱글 콘셉트를 잡았어요. 스태프에게도 이런 캐릭터를 말씀드리고 호러로 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니까 모두들 고개를 끄덕여 주시더라고요. 좀비 댄서들도 이를 바탕으로 탄생했습니다."
이정현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박찬욱, 박찬경 감독이 참여, '브이'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정현의 독특함과 PARKing CHANce의 감각적 영상은 환상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박찬욱, 박찬경 감독님이 흔쾌히 뮤직비디오를 맡아주신다고 했을 때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아이디어 하나만 말해도 시나리오와 콘티가 뚝딱 나오고 스태프들도 완벽하게 세팅이 되더라고요. '역시'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그래서 정말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독특한 감성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브이'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비주얼 중심이 아닌 영화적 요소와 기발한 스토리가 어우러졌다는 호평을 이끌어내며 뜨거운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정현과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통한 셈이다.◆ '여왕의 귀환', 그리고 기다림이정현의 '브이'가 탄생하기까지 3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1년에 하나씩 꼬박꼬박 음악을 내놓던 그가 지난 2010년 발표된 7집 이후에는 신보 소식을 알리지 않았던 것. 더욱이 앨범 발매 준비를 알렸던 이정현이었기에 팬들의 궁금증은 줄을 이었다."3년 동안 새로운 앨범 작업을 쉬었던 건 아니에요. 팬들에게 '곧 무대에 오르겠다'고 약속했던 것처럼 정말 열심히 곡을 모으고, 또 녹음을 진행했거든요. 그동안 받았던 노래만 250곡 정도고, 데모는 정말 셀 수도 없어요."
이정현은 컴백이 늦어진 것에 대해 "아무렇게나 준비해서 나올 순 없었다"고 말했다. 팬들의 기대만큼이나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굳은 의지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자신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만나고 싶다는 아티스트로서의 욕심도 작용했다."'신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일에 손을 대지 않는 스타일이거든요. 이번 '브이'도 마찬가지예요. 노래에 푹 빠져서 미칠 수 있는, 그런 곡을 만날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렸습니다."그렇게 오랜만에 돌아온 무대는 스스로에게도 강렬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쇼케이스를 열기도 하고, 음악 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하며 그동안 쌓여있던 에너지를 마음껏 토해냈다."3년 만에 돌아왔는데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지금도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을 정도니까요. 많은 공을 들인 만큼 여러분들이 '신기하다', '재미있다'라는 말씀을 해 주셔서 정말 힘이 불끈불끈 솟아요."아쉽게도 이정현은 짧고 굵은 활동을 끝으로 다시 한번 안타까운 이별을 고할 예정이다. 예정된 국내 스케줄을 소화한 뒤 중국 각지를 돌며 공연을 펼치는 것."아쉬움을 남겨드리고 떠나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도 들어요. 하지만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여러분을 만날 여러 계획들을 세우는 중이니 너무 서운해 마시고 기다려 주시길 부탁드려요. 꼭 다시 찾아올게요!"결말이 뻔한 소설은 재미가 없다.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가치 있는 이정현. 앞으로 보여줄 그의 변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금준 기자 music@<ⓒ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대중문화부 이금준 기자 music@ⓒ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