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비용·저효율의 덫에 빠진 자동차산업

현대자동차가 어제 발표한 상반기 실적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처한 곤경을 그대로 보여 준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매출액(44조5505억원)은 5.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4조2750억원)은 7.7% 감소했다. 해외판매(206만5401대)는 11.4% 늘었지만 국내판매(32만5518대)는 0.7% 줄었다. 전반적인 수익성 하락에 국내판매 위축이 겹치고 있다. 대규모 리콜 사태, 엔저 등의 영향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이어진 호실적에 비하면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그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새삼 심상찮게 되새겨진다. 국내 자동차산업을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과 비교하면 근로자 임금이 그동안 많이 올라 이제는 시간당 평균임금 기준으로 미국ㆍ일본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작업효율은 크게 뒤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추세라고 한다. 한마디로 고비용ㆍ저효율의 덫에 빠졌다는 얘기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안팎곱사등이 신세는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 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교대제 개편과 통상임금 소송 등이 노동비용을 더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용유연성은 더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기술개발은 더디고 고질화한 노사갈등은 여전하다. 시장환경도 급변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 개시와 중소형차 선호도 상승은 내수의 규모와 수익성 둘 다를 억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엔저의 장기화에 힘입은 일본 자동차의 한국시장 공략과 독일 등 서구 자동차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내수시장은 이미 많이 잠식됐다.  해외시장에서는 엔저로 인해 일본 자동차에 대한 한국 자동차의 가격경쟁력 우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미국의 통화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세계경제에 가할 수 있는 충격도 세계시장 수요의 급격한 위축을 불러올 위험요소로 상존한다. 이런 새로운 역경의 조짐을 슬기롭게 극복해야만 한국 자동차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과거 엔고와 거품붕괴의 난국 속에서도 뼈를 깎는 비용효율성 개선으로 경쟁력을 오히려 강화시킨 일본 자동차산업에서 배울 점이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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