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금융인]임영록 KB금융 회장 내정자

리딩뱅크 이끄는 따뜻한 원칙주의자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정책과 실무를 함께 할 기회를 얻게 돼 감사드립니다." 지난달 5일, 임영록 KB금융 사장(사진)이 차기 회장 내정자로 결정된 뒤 기자들에게 처음으로 건넨 말이다.  임 내정자의 말대로 그는 관직과 민간을 두루 경험한 금융전문가다. 경기고,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관료(행정고시 20회)인 그는 금융정책국장과 차관까지 역임했다. 화려한 경력이지만, 배경을 살펴보면 순탄치만은 않았다. 승진 때마다 대상에서 빠져 '만년 국장'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기도 했고, 어렵게 차관보로 승진한 뒤에는 몇 달 못 가 물러나는 수모를 당했다. 2년여간의 야인생활 뒤인 2010년, 민간인 KB금융의 사장으로 왔지만 그 이후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사장으로서 외부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한 일이 없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사장 재직 시절, 드러나진 않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책임지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것이 KB금융 내부의 평가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11년 자사주 매각과정이다. 당시 임 사장은 자사주를 5만2000원에 매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3만5000원 수준인 현재 주가를 감안하면 아주 좋은 가격에 판 것이다. ISS 보고서 파문 과정에서도 수습을 주도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나하나 라인을 체크하며 진실을 설명, 사외이사 선임안건을 통과시켰다.  회장으로 내정된 후 출근 저지를 시도한 노조와의 갈등도 직접 대화에 나서면서 10여일만에 봉합, '부드러운 리더십'의 표본을 보여 줬다.  노조와의 갈등을 마무리 지은 뒤 임 내정자가 처음으로 나선 공식 행사는 사회공헌 행사다. 그는 지난달 25일 서울 공덕동 사회복지관협회를 찾아 독거노인들의 시원한 여름나기를 위한 지원물품을 전달했다. KB금융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지원할 물건을 꼼꼼히 살폈다. "이 물건은 더운 여름에 달동네에서는 특히 필요하다"라며 살피는 임 내정자의 발언에 복지관협회장이 놀라자 그는 웃으며 "제가 겪어 봐서 압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는 부친의 탄광사업이 망하면서 달동네에서 고학으로 고교와 대학을 졸업했다. 양재동 노인복지관엔 수년전부터 사비를 들여 노인들에게 닭백숙을 대접하고 있다.  이제 그가 KB의 조타석에 앉을 날이 10여일 남았다. 수익성 악화, 인사 적체, 우리금융 민영화로 인한 금융권 재편 등 앞으로 산적한 과제가 많은 'KB호'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지 기대된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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