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사내는 자신의 내부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자기가 모르는, 이 세상에서 한 번도 맡지 못한 냄새였다 그는 처음엔 그 냄새가 추억 속의 어떤 냄새이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한 동안 냄새의 추억록을 작성해나갔다 (......)/마을의 가장 움푹한 곳, 그곳이 사내가 태어나서 자란 집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집을 옴팍집이라 불렀다 그 움푹한 단칸 오두막집에서 열 한명이 살았다■ 인간의 후각은 오감(五感) 중에서 가장 시원찮은 감각이라고 한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맡았던 역한 냄새가 1분도 안 되어 무뎌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악취가 그렇다면 좋은 냄새 또한 오랫동안 같은 상태로 즐길 수 없으리라. 꽃냄새, 풀냄새, 나무냄새, 흙냄새, 물냄새 또한 잠깐 그것을 즐길 뿐, 코는 곧 둔해져서 그 향기를 이미 인지된 내용으로만 사무적으로 뇌에 보고할 것이다. 그런 코를 쥐고 새롭게 흔들어 준 사람은 파트리크 쥐스킨트였고 '향수'라는 소설이었다. 천재적인 후각을 타고난 사람에 대한 상상력은, 평생 답답했던 우리의 코를 확 뚫어 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 냄새 천재가 추구한 평생의 일은, 사람을 한 방에 보내는 유혹적인 향수를 만드는 일이었다. '세상의 남자를 뿅 가게 하는 여자의 향기를 엑기스만 모두 모은다면 그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쥐스킨트의 머리에 떠올랐을 때, 정말 머리에 쥐가 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박형준은 냄새를 그토록 '야한 상상력'으로 풀어 버린 쥐스킨트에 항의하듯, 자기 안에 찾아온 어느 냄새 하나의 시말서를 쓰고자 한다. 냄새의 고고학, 냄새의 미시사와 냄새의 연대기를 훑으며 그 코끝이 인도하는 잊었던 세계로 들어간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이상국 기자 isomi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